면세점 '환율담합'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부당이득 미미'

리니언시도 있었지만 업계의견 대폭수용해 '약한짬짜미' 결론

지난 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내 면세점 모습.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아시아경제 DB)

합의 내역(자료 제공 : 공정위)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8개 면세점 사업자들이 원·달러 환율 조정으로 제품 판매가격을 짬짜미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담합이 맞긴 하지만 경쟁제한성은 낮다는 판단에 따라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과징금 부과 없이 시정 명령만 내렸다.공정위는 11일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국산품 원화판매가격을 달러표시 가격으로 전환하기 위한 적용환율과 그 적용시기를 담합한 8개 면세점 사업자에 대해 시정 명령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 업체는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디에프글로벌, 롯데디에프리테일, 호텔신라, 동화면세점, 에스케이네트웍스, 한국관광공사 등이다. 8개 업체들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유무선 전화 연락 등을 통해 국산품 적용환율과 적용시기를 공동으로 결정하고 실행했다. 외환시장에서 결정돼 날마다 바뀌는 외환은행 고시환율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담합은 면세점을 찾은 국내 소비자들이 업체들마다 다른 국산품 가격표를 보고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시내 면세점에서 내국인에 대한 국산품 판매가 허용된 것이 담합 직전인 2006년 7월이다. 이 밖에 환율 변동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도 있었다고 업체들은 진술했다.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호텔신라 등 시장의 주도적 사업자들이 시작한 담합은 이후 한두 곳씩 가담 업체가 늘어나면서 총 8곳에 이르렀다. 그러다 호텔신라가 2011년 5월에 담합 대열에서 이탈했다. 나머지 7개 업체들은 2012년 2~3월 중 짬짜미를 중단했다. 공정위는 2012년 1월 면세점 판매수수료를 조사하다가 환율 담합 혐의를 포착했다. 결론을 내는 데 4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걸린 데 대해 김재신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담합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은 모자이크를 완성해가는 것과 비슷해 (증거의) 조각을 모으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고 말했다.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면세점 업체 대부분은 언론 등 대외에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고시환율을 적용하려면 매일 제품 가격표를 바꿔달아야 하는데, 그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업계 기준환율을 썼다고 해명했다. 이렇게 하면 원·달러 환율이 바뀔 때 면세점이 환차손을 볼 수 있고 거꾸로 환차익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담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사 대상 업체 일부는 다른 한편으론 공정위에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하며 사실상 담합을 자진 실토하는 양면성을 보였다. 총 8곳 중 4곳 이상이 리니언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결과적으로 공정위는 면세점 업계의 주장을 대폭 수용해 '경쟁제한성이 낮은 약한 담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담합이 일어난 기간 동안 발생한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었지만, 이는 아예 없는 것으로 결정했다.김재신 국장은 "담합 기간 63개월 중 25개월, 40% 정도가 사업자들이 합의해 적용한 환율이 시장환율(고시환율)보다 높았다"며 "이 밖에 면세점들이 다양한 할인행사를 펼친 부분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김 국장은 이어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액을 파악하려면 거래 전체를 놓고 계산해야 하는데,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사업자들이 얻은 부당이득은 아주 미미하다는 게 공정위의 최종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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