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안팎서 '독립성 강화'…20대 국회 핵심 이슈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보경 기자] '한국형 양적완화' 논란이 한국은행의 독립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해야 한다'며 한은을 지속적으로 압박하자 정치권이 이를 계기로 한은의 독립을 보다 명확히 하는 방안을 꺼내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양적완화 논란과 함께 한은의 독립성 강화 주장도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이 같은 움직임은 야당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20대 국회 비례대표로 당선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경제상황실장은 2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한은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외부의 개입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같은 당 박광온 의원도 양적완화 논란을 언급하면서 "한국은행 독립성 훼손 문제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한은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통인 이혜훈 당선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은의 독립성이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위태로워진다"며 외부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18대 국회 당시에도 한은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최근까지 정부 기관에서 활동한 고위 관계자도 "정부가 한은의 고유 권한인 양적완화를 정책으로 발표한 것 자체가 이미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시킨 것"이라며 정치권 논란에 맞장구쳤다.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이참에 한은의 독립성을 매듭짓겠다고 나선 것은 해마다 반복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2.0%에서 1.75%로 전격 인하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 시대를 열었는데, 정부·여당의 금리인하 요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한은의 금리인하 발표 전날 "전세계가 통화 완화 흐름을 보이는데 한국 경제만 거꾸로 갈 수 없다. 정부와 통화 당국에 적극적 대처를 요구한다"고 말해 논란을 촉발시켰다.이보다 앞선 2014년 9월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가 호주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와인회동을 가진 뒤 기준금리가 인하된 사례도 있다. 최 부총리는 당시 회동 후 "금리의 '금'자를 꺼내지 않아도 척하면 척이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언급 자체도 문제지만 한은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독립기관답게 소신이 있어야 하는데, 침묵을 일관해 논란을 오히려 키웠다는 것이다.최근 한은 고위관계자가 기자간담회에서 "발권력 활용은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가능하다"고 발언했지만 곧바로 "원론적인 언급으로 확대해석을 삼가야 한다"는 한은의 공식해명이 뒤따른 게 단적인 예다.이혜훈 당선자는 "한국은행이 자기 밥그릇을 못지킨다"고 비판했다. 이 당선자는 "법까지 바꿔 정부보증 없는 채권을 사라고 압력을 넣는데 왜 한은은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운열 실장도 "한은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은데 그동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정치권에서는 법적 장치 강화와 함께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홍종학 더민주 의원은 지난 2012년 기획재정부 차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열석발언권 행사를 금융통화위원회가 요청하는 경우로 제한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4년 동안 상임위에서 논의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또 한은이 현재 금리조절을 통한 통화정책을 주 업무로 하고 있지만, 금융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이주열 한은총재가 취임하면서 한도가 25조원으로 크게 늘었다.더민주 관계자는 "이 대출은 중소기업 지원에 활용되고 있는데, 이를 기업 구조조정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40조원 규모의 산업은행의 금융안정기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기금은 일반은행용으로 제한이 돼 있는데, 국책은행으로 범위를 넓히면 한은의 발권력을 굳이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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