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물 위로…구조조정 실탄 확보 '발등의 불'

朴 "한국판 양적완화 검토"…한은법 개정 탄력받나해운·조선 구조조정 국책은행 건전성 '빨간불'구조조정 실탄 지원…야당 설득은 과제

편집국장 오찬간담회 (사진제공 : 청와대)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새누리당이 4·13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국판 양적완화'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총선이 '여소야대'로 결론나면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수명연장에 성공하는 모양이다.구조조정 청사진이 제시된 이후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한국판 양적완화가 야당의 반대를 넘어서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있을지 정부와 금융당국은 고민을 떠안게 됐다.박 대통령은 26일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오찬 간담회에서 '한국판 양적완화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추진이 되도록 힘을 쓰겠다"며 한국판 양적완화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한국판 양적완화'는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서 한은이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산은채와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산은에게 구조조정 실탄을 지원하고,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숨통을 틔워 구조조정과 내수를 함께 살리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구조조정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사용하고 있는 양적완화로 통화정책을 동원한 기준금리 인하 대신 한은의 발권력을 활용해 직접 시장에 돈을 푸는 것이지만, 그 영역을 구조조정과 부채부담완화로 한정시킨 만큼 정밀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문제는 구조조정 상황에서 금융권의 자본확충 규모가 얼마나 확대될지 그 누구도 장담을 하지 못한다는데 있다.산업은행은 지난해 경기 침체 여파로 여신 기업들의 건전성이 악화돼 3조2000억원의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고 1998년 이후 최대인 1조89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3년 사이에 2조7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은이 떠안은 부실채권(NPL)도 7조32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수출입은행도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당기순익이 전년도 853억원의 반토막인 411억원에 그쳤다. 자기자본확충을 위해 지난해 정부로부터 1조1300억원을 출자받았다.이런 상황에서 국책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해운과 조선 등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추가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게 된다.자율협약이 진행중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는 평가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익스포저는 1조7700억원인데 이 가운데 77.6%(한진해운)와 68.4%(현대상선)가 특수은행 부담이다.반면 시중은행은 이미 충당금을 상당히 적립해뒀다. 우리은행은 1분기 현대상선 약 900억원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대해 약 78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쌓았다. KB금융의 경우 현대상선 관련 손실을 이미 지난해 4분기에 반영했고, 1분기에도 한진해운 외 기타 조선·해운업종 대기업에 대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다.김은갑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구조조정에 의한 충당금 비용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현대상선의 경우 이미 100% 가까이 충당금 적립이 이뤄졌고, 한진해운은 추가 충당금 적립이 예상되지만 상장 은행주의 경우 충당금 규모는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해운에 이어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심각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권의 익스포저는 약 21조7000억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약 84.3%인 18조3000억원이 특수은행의 몫이다. 수출입은행이 12조5000억원, 산업은행이 4조1000억원 규모다.결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한은에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요청했다. 그러나 규모와 방식은 아직까지 미지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26일 "기재부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면서도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이 돼야 국책은행에 얼마의 자본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결과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판 양적완화' 실행 여부도 판가름 날 것이라는 진단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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