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의 잊힐권리]이력서 올렸더니 유흥업소에서 '일당 얼만데...'

한 취업박람회에서 취업희망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보고 있다.[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자료사진]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정규직 신입으로 취업하고 싶은데 공채에선 자꾸 떨어지니까 온라인 취업 사이트에 이력서를 공개로 올려놨거든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보고 연락준다고 써 있길래. 근데 '호빠'에서 취업했냐고 전화가 와요."(취업준비생 ·김모·28)취업준비생들의 이력서가 무방비로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도입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채용절차법)'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이 채용절차 종료 후 이력서 삭제를 요구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 취업준비생 김 모씨는 얼마 전 온라인 취업사이트에 전체공개로 설정해둔 이력서를 비공개로 바꿨다. 취업에 불필요한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와서다. 심지어 유흥업소에서 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는 김 모씨 뿐 이 아니다. 취업준비생 박 모(28)씨는 "너무 자주 한 번호로 보이스 피싱 전화가 와 받지 않으려고 전화번호를 저장해뒀을 정도"라며 "취업 준비를 시작한 이후로 어디선가 개인정보가 새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취업준비생들의 정보가 새고 있는 것은 취업포털사이트 뿐만이 아니다. 삼성화재는 '고용디딤돌'을 내세워 보험영업 전문가를 모집하고 있다. 고용디딤돌은 고용노동부가 청년 취업 활성화를 위해 각 기업에서 취업준비생을 교육하게 하고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삼성화재 영업 담당 관계자는 블로그에 "삼성에서 운영하는 고용 디딤돌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연락 달라"며 휴대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잡코리아, 사람인 등 취업전문 사이트에서 수집한 번호로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업 담당자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삼성그룹에서 운영하는 고용디딤돌과는 관계가 없다. 자칫 취업준비생들에게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의 하나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인사팀은 02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하고,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전화번호로 오는 전화는 취업준비생 인맥을 이용해 영업하고 버리는 용도이니 전화 받지 말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로서는 점점 문이 좁아지는 '공채'에만 목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취업준비생 김모(30)씨는 "취업준비생의 절박함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공채가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직자 개인정보 보호 법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느 것도 반영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12월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구인회사로 하여금 채용서류 및 채용관련 전자기록이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지난해 11월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도 구직자를 채용하지 않기로 확정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구직자 정보를 파기하도록 하는 내용안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개정안 중 어느 것도 반영되지 않은 채 20대 총선에 잊혀진 상태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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