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원 100명이 도둑 1명 못 막았다

정부서울청사 침입 사건 전말은?...내부보안관리 허술 가능성

▲행정자치부(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우리나라 최고 수준인 줄 알았는데, 이 정도로 허술했었나?"최근 한 20대 공무원시험 수험생의 침입 사실이 밝혀진 것에 대한 정부서울청사 근무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공무원들은 2012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후 보안이 대폭 강화된 것을 체감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더욱더 황당하게 느껴진다고 호소했다.6일 경찰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 응시자인 송모(26)씨가 지난달 26일 밤 16층에 위치한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가 직원의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의 점수와 합격자 명단을 조작했다. 송씨는 2월 말~3월 말까지 한 달간 4~5차례나 몰래 드나들었다. 인사처와 행자부 정부서울청사관리소는 이를 모르고 있다가 합격자 발표를 위한 서류 대조 작업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선 지난 1일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다.이 과정에서 정부서울청사의 허술한 보안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원래 정부서울청사를 비롯한 행자부 산하 전국의 정부청사들은 2012년 60대 남성의 정부종합청사 침입ㆍ방화 사건 후 출입 보안을 매우 강화한 상태였다. 게다가 정부청사관리소는 연초부터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방호 수준을 강화했고, 최근엔 북한의 청와대 타격 위협 등에 따라 경계 태세를 펼친 상태였다.그러나 송씨는 훔친 공무원 신분증을 사용해 정부서울청사를 여러 차례 드나들었지만 단 한 차례도 제지당하지 않았다. 보안 강화 조치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얘기다. 정부는 2012년 이후 출입증을 가진 사람들까지도 외곽 출입구와 1층에서 출입증을 2차례 태그해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1층 로비에선 타인 도용을 막기 위해 출입증 태그시 얼굴사진을 모니터에 띄워 점검하는 시설까지 갖췄다. 특히 외부 방문객은 후문 방문객센터에서 신분증 제출ㆍ방문사유 작성 후 마중나온 입주 기관의 직원과 동행해야만 청사 건물로 들어갈 수 있다. 방호직원도 대거 늘려 24시간 경비 근무를 서고 있다. 현재 정부서울청사에만 100명 가량의 방호직원이 3교대로 근무 중이다. 각 사무실에도 출입문에 비밀번호 열쇠를 달았고, 직원들의 컴퓨터들도 비밀번호 설정을 의무화했다.이처럼 보안 시스템이 강화된 상태에서 송씨가 마치 정부서울청사를 '제 집 드나들 듯' 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100명의 방호직원이 도둑 1명을 막지 못한 셈이다. 일단 내부 보안 관리가 허술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출입증 분실 직원이 신고를 제때 하지 않았거나, 신분증 도용을 걸러 낼 수 있는 1층 로비 출입구에서 방호직원들이 제대로 근무를 서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인사처 공무원들이 출입문을 열어 놓고 퇴근했거나 담당자의 컴퓨터 보안 관리를 허술하게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사건 이후 정부청사관리소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2012년 사건 후 대규모 징계ㆍ인사 조치로 흔들렸던 조직과 업무가 이제 겨우 자리를 잡게 된 시점에서 또 한 번의 '태풍'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보안 강화 조치 이후 출입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극심했었다"라며 "경찰의 진상 조사 결과에 따라 다시 한 번 보안을 강화해야 할 상황인데, 보안 강화와 민원의 사이에서 교차점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가 핵심시설인 정부청사에 외부인이 무단으로 침입해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청사 경비와 방호, 전산장비 보안, 당직근무 등 정부청사의 보안관리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행자부 등 관계부처는 정부청사 보안관리시스템을 전면 점검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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