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슈퍼컴 생태계' 구축의 출발점 되기를

정부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촉발된 지능정보사회의 구현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형 슈퍼컴퓨터를 개발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2020년까지 구글의 '알파고'보다 3∼5배가량 빠른 슈퍼컴을 독자적으로 만들어낸다는 1단계 목표까지 제시했다. 앞으로 10년간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가 차원의 첫 슈퍼컴 개발 프로젝트다. 차질 없는 목표 달성은 물론 그 추진 과정 자체가 슈퍼컴 관련 기술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초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저장ㆍ처리ㆍ활용하는 슈퍼컴퓨팅은 새로운 산업혁명의 성패와 연결되는 중요 인프라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슈퍼컴을 거의 외국 기업에서 사들여 오는 데 머물러 있다. 자체 개발 역량은 세계 수준에 한참 뒤처져 있다. 세계 제일의 슈퍼컴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과 일본, 유럽은 물론 중국에까지 추월당해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최근 발간한 'ICT 기술수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슈퍼컴 기술은 미국을 100%로 할 경우 한국은 66.3%로 중국의 73.5%에 못 미친다. 한국이 슈퍼컴 개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1980년대 말부터 몇 차례 대학과 연구기관 중심으로 슈퍼컴 독자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관련 원천기술이 미흡했던 탓도 컸고 국내 초고성능 컴퓨터 시장 규모가 미미해 기업이 개발에 나설 유인이 적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꾸준히 슈퍼컴 개발 의지를 밝혀 왔지만 구체적인 노력이 부족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슈퍼컴 육성법'이 5년 전 제정되기도 했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분명한 것은 한국의 과학기술과 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슈퍼컴 개발 역량을 높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고성능컴퓨팅에 달려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슈퍼컴 프로젝트가 더욱 중요한 것은 독자개발 성공 여부의 결과는 물론 개발 과정 자체가 원천ㆍ기초 기술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슈퍼컴의 개발과 활용에는 그 나라의 원천기술 및 첨단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중국이 세계 2위 슈퍼컴 보유국이 됐지만 활용 측면에선 미국ㆍ유럽보다 5년 이상 뒤처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슈퍼컴 개발을 담당할 산학연 컨소시엄 사업단을 중심으로 슈퍼컴 개발에 대한 정부의 비전과 정책의지, 기업과 대학, 연구소의 역량이 한데 결집되고 시너지를 내길 기대한다. 최고 수준의 슈퍼컴 개발과 함께 슈퍼컴 생태계를 구축하는 '슈퍼' 프로젝트가 되길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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