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가뜩이나 미분양 때문에 고민인데…."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 분양사업을 우려하고 있는 건설회사들이 '전기자동차 복병'에 고심하고 있다. 은행들의 중도금 등 집단대출 거부사태나 분양보증 심사 강화 등이 생사를 가르는 당장의 문제라면 이 사안은 하반기 이후에나 현실화될 '손톱 밑 가시' 정도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게 업계 얘기다.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전기차 전용주차장 설치의 법적 근거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전기차 보급정도 등 지역의 특성에 따라 해당 차량 전용 주차구역을 조례로 규정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공동주택단지 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하고, 건설 후 충전장소의 추가 확보가 어려운 상황으로 건설과정에서 전용 충전소를 마련할 수 있도록 법령화한 것이다.전기차 구입을 하고 싶어도 충전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소비자들은 쾌재를 부를만한 소식이다. 저렴한 운영비가 장점인 전기차 시장은 2010년대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기준 전기차 등록대수는 7700대 정도로 전년보다 57%나 증가했다. 중국의 경우 오는 2020년까지 5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해 글로벌 1위의 입지를 굳힌다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해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가 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아파트 내부에 충전이 가능한 전용 주차장 설립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후속조치다.하지만 건설사들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분양가 상승 요인이 되는 데다 입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될 소지마저 있어서다. 지난해 아파트 매맷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주택 구입 희망자들의 '분양가 민감도'는 한껏 높아진 상태다. 실제 모 건설사가 동탄신도시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고분양가 논란 끝에 실제 계약자가 단 두 명에 그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이에 대해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충전소와 제반 시설 설치 및 운영 비용을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 단지와 입주 여건이 똑같은데 충전소 설치 때문에 불리한 경쟁을 하려는 건설사가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건설업계는 분양가 상승보다 입주민 형평성 문제가 풀기 어려운 숙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입주민 대다수가 전기차 운행과 무관할텐데 충전소 설치와 운영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는 데 동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분양가 뿐만이 아니다. 충전소를 사용하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에 대한 전기세 부과를 별도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정책적 배려'에 대한 아쉬움이 배어나오고 있다. 주차장은 법정 기준대로 확보한 후 입주자대표회의 선에서 전기차 관련 시설을 설치ㆍ운영할 수 있는 문제를 설계에 반영하면서 분양가 문제 등을 야기했다는 점에서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총 6만1512가구로 전월 대비 23.7% 늘어났고 이 추세는 올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전기차 충전소 설치 비용을 정부에서 대폭 보전해주거나 업계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가 따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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