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정현진 기자]한국은행이 16일 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1.50%인 기준금리를 8개월째 동결한 것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급락을 둘러싼 불안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증시가 급등락하는 변동성 장세가 극심해졌다는 게 변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은 글로벌 투자심리의 냉각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이탈은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자칫 외국인 자금의 '엑소더스(대탈출)'를 부추길 수 있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자금 이탈에 대한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특히 이달들어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시장에서 '셀 코리아(Sell Korea)' 기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순매도한 채권은 3조3784억원어치에 달한다. 지난 5일에는 단 하루동안 1조5470억원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상장채권을 각각 7840억원과 4870억원 순유출한 바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내수의 회복세가 꺾이고 수출 부진이 심화되면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힘들다"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자칫 금리를 내리면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전 금융시장의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가계부채도 여전히 통화정책의 변수로 꼽힌다. 이달부터 수도권에서 '여신(주택담보대출)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른다. 한은의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잠정치) 통계를 보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41조3000억원으로 한 달 동안 2조2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늘었다. 작년 12월(6조9000억원)보다 증가세가 확 꺾였지만 여전히 1월 기준으로는 2008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1월의 경우 1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기업부채도 마찬가지다. 1월 대기업 대출 잔액은 167조4000억원으로 3조원 증가했고 중소기업은 563조6000억원으로 4조원 불었다.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40조원으로 1조1000억원 늘었다.이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더 떨어뜨린다면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는 더 폭증할 수 있다. 또 정부가 공을 들이는 기업 구조조정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한계기업들이 빚으로 연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금리를 낮춰 소비를 늘리는 방식을 택하면 부채가 확대돼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며 "연내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일본 중앙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서 엔화가 약세할 줄 알았는데 강세로 돌아섰다"며 "수출 경쟁력 증대라는 금리 인하 명분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이에 따라 한은은 당분간 대외 변수와 함께 국내의 경기 회복세를 두루 살피면서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펼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급변동에 따른 외환시장의 불안과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의 불안, 실물경기 둔화, 북한 핵실험 등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자산분석 팀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데다 4월에 금통위원 4명이 바뀌기 때문에 금리를 낮추기 보다는 흐름을 지켜볼 것 같다"며 "1분기 GDP 실적 등을 보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물론 금리인하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의 경기 부양세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마지막 조각격인 기준금리의 추가인하를 통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달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7.1% 급감했다. 지난달 수출액 역시 작년 동기 대비 18.5% 줄었다. 민간소비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은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른 중앙은행들의 3월 금리 결정과 함께 우리나라 데이터들을 살펴본 후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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