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용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인접 국가인 중국의 한국 공세가 놀랍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되면서 중국이 우수한 국내 사업자를 자기화시키고 있다. 블룸버그의 최근 기사대로라면 2015년에만 중국 기업이 약 2조2000억원 정도를 한국에 투자한 것으로 나오고, 이는 2014년 대비 119%나 증가한 수치다. 금융, 첨단기술, 보건의료, 화장품, 문화ㆍ오락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알짜배기를 훑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 콘텐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기업은 한국의 선진화된 제작 노하우를 손쉽게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리고 척박한 국내 현실에서 제대로 수익을 확보하지 못해 해외 진출을 해야만 하는 국내 제작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대형 사업자를 제외한 중소 규모의 제작 시장에 중국 자금 한 두 푼 안 들어간 사업자는 없다는 것이 이 시장의 정설이고, 만약 중국 사업자의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 사업자의 가치는 없다고 판단할 정도다. 초록뱀 등 공식적으로 인수 합병 절차를 밟은 기업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중국 시장과 중국 자본에 기댄 사업자들의 수를 따지자면 손으로 헤아릴 수도 없을 지경이다. 한중 FTA를 통해서 국내 사업자의 중국 진출이 용이해졌다고 평가하는 측도 있겠지만, 실상은 국내 콘텐츠 사업의 요소화가 더 진행될 가능성이 더 높다. 우리 입장에서야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방송사업자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싶어 하겠지만, 중국의 입장에서야 자국 콘텐츠의 역량 강화가 목표일 터이니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실제 자료로도 그 사실은 확인된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고 하지만 조회수 기준으로 33위에 불과하다. 10억 조회 이상의 프로그램 순위에서 '별그대'를 포함해서 총 다섯 편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별그대'는 2013년도 작품이고 '피노키오'는 163위다. '별그대'를 정점으로 한국 작품의 인기는 하락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산 프로그램의 인기는 상승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런 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제작비용을 확보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국내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방송 콘텐츠 사업자의 수익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광고와 프로그램 판매 수익이다. 광고는 하락하고 있고 채널 사용료를 비롯한 프로그램 판매 수익 또한 유의미한 증가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광고는 인터넷 등 새로운 서비스와 물리적 경쟁에서 허덕거리고 있고, 채널 사용료 등은 국내 플랫폼 시장의 저가 구조 탓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낮은 가입료인 아날로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입료를 받을 수 있는 디지털로 시장을 전환시키는 것과, 이를 통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VOD를 활성화시켜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더 이상 확장하기 힘든 국내 방송시장에서 그나마 가장 현실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 아날로그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케이블 사업자가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시장을 흔들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콘텐츠 사업자의 상상력이 뻔히 당할 줄 알면서도 중국 시장에 백기를 들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제라도 콘텐츠 사업자가 국내 시장의 활력을 기반으로 중국 사업자와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있는 생존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최소한의 여건은 국내 방송시장의 디지털 전환,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를 통한 가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박성용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