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기자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한 장면.
나쁜 놈이란 대개 같은 진영에 있지 않은 존재이다.내가 총구를 겨눈 존재는 모두 나쁘다. 그래야나의 총구가 선해지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진영에 있지 않은존재는 위험하다. 나를 향해 쏠 수 있기 때문이다.그 위험함이 나쁨의 본질을 이룬다. 미운 놈이란 대개 내게 방해가 되는 존재이다.경쟁자는 미운 놈이며 또 반대를 일삼는 자는미운 털이 박히게 마련이다. 또 내 일이 진행되는 중에온갖 실수와 어리석음을 발휘하여 문제를 만들어놓는 자도미운 놈이다. 가장 미운 놈은 밉지 않은 척하며사람 심정을 긁는 얄미운 놈이다. 귀찮은 놈도미운 놈이며 못생긴 놈도 미운 놈이며뭐든지 내 뜻대로 되지 않게 하는 놈도 미운 놈이다.나쁜 놈은 그 자신이 본질을 가지고 있지만미운 놈은 그에 대해 가진 내 감정에 본질이 들어 있다. 나쁘지도 앓고 밉지도 않지만 왠지 싫은 놈이 있다.미운 놈은 이미 어떤 체험이 진행중이거나 사태를 겪고 난 뒤에결정되는 감정을 포함하고 있지만 싫은 놈은 원천적으로 혹은 직감적으로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호감을 철회하면 이 감정이 되기 쉽다.적극적으로 미움을 가질 만한 동기가 없다면, 그를 회피하고외면하는 이런 심기가 적당해진다. 싫은 놈은 감정이 깊이 내재해서그걸 숨기고 그와 동거할 수도 있다. 싫다고 말하지 않고불쾌감을 경영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삶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싫은 자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삶의 본질적 양상에 있는지도 모른다.코드가 맞지 않고 말도 통하지 않아본능적으로 서먹해지는 사람을 피하고 싶은 그 감정.싫은 놈이야 말로, 자기를 잘 설명하는 존재일지 모른다. /빈섬.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