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000볼리바르' 파국 치닫는 베네수엘라 경제

크레디트스위스·노무라 올해 디폴트 경고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베네수엘라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력 척도인 통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가 달러당 1000볼리바르를 넘어 거래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달러투데이닷컴에 따르면 이날 베네수엘라 암시장에서 볼리바르화는 달러당 1003볼리바르에 거래됐다. 볼리바르화 가치는 지난 1년간 81% 떨어졌고 특히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 1개월 동안에만 16.9% 폭락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적용하고 있는 공식 환율은 달러당 6.3볼리바르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일부 필수품에 대해서는 달러당 13.5볼리바르, 달러당 200볼리바르의 환율을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공식 환율에 비해 볼리바르화가 크게 평가절하돼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한 마디로 시장에서는 볼리바르화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볼리바르화 폭락은 리더십 없는 정부에 베네수엘라 경제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원유 가격 폭락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사실상 원유 외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원유를 팔아 번 돈으로 화장지 등 생활필수품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볼리바르화 가치 하락은 곧장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공개된 베네수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지난해 9월 기준 142%였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정 상황도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그동안 설로만 나돌았던 베네수엘라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올해 현실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 정부의 올해 수입이 380억달러 부족할 것이라며 이는 올해 디폴트가 실제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노무라 인터내셔널도 올해 디폴트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남미 채권 투자전략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시오반 모르덴은 올해 하반기에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유 석유회사의 채권 만기 규모는 63억달러이며 국제유가가 계속해서 배럴당 30달러를 밑돈다면 이를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모르덴은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 대응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콜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달 자국의 외환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방안 제시는 없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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