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We're not guaranteed tomorrow.)" 세계 복권 사상 최대 당첨금이 걸렸던 파워볼에 지난달 당첨된 미국의 중년 부부가 30년 분할 수령 대신 일시불 수령을 선택하면서 한 말이다. 15억8600만달러(약 1조9300억원)가 걸린 당첨 복권 3장 중 1장을 소유한 이들은 5억3300만달러(약 6476억원ㆍ세전)를 받을 수 있는 30년 분할 연금형을 마다하고 3억2780만달러(약 3980억원ㆍ세전)를 한꺼번에 받기로 했다. 당첨금이 2000억원 넘게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시불 수령을 선택한 것은 내일의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벼락부자가 됐듯이 언제 갑자기 쫄딱 망할 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비합리적인 투자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이 간다. 복권은 비합리적인 투자를 넘어서 투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한다는 측면에서는 여느 금융 상품과 다를 게 없다. '꽝'이 되면 원금을 모두 날리기 때문에 원금이 떼일 염려가 없는 은행 예금과는 정반대 성격을 가진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복권의 반대편에 있는 금융 상품을 하나 더 꼽자면 새해 들어 많은 투자자들을 원금 손실의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다.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한다는 ELS는 '초고위험, 초고수익'의 복권과 은행 예금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권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복권은 실현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실현(당첨)되기만 하면 인생 역전을 꿈꿀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ELS는 '당첨'될 확률은 높은 반면에 당첨되더라도 수익이 많지 않다. 당첨되면 보통 연 6% 내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LS를 파는 금융회사도 이 점을 강조하고, 사는 사람도 여기에 혹해서 산다. 하지만 '꽝'이 됐을 때는 복권과 정반대다. '꽝', 즉 손실을 입을 확률은 낮지만 일단 손실을 입게 되면 쪽박을 찰 수도 있다. ELS는 이론적으로는 원금을 전액 날릴 수도 있다. ELS는 건실한 중소기업을 연쇄 도산으로 몰아넣었던 키코(KIKO)와 비슷하다. 환율 헤지 상품인 키코 역시 기대 수익은 높지 않지만 기대 수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에 손실이 날 가능성은 적지만 손실이 났을 경우에는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점에서 ELS와 상품구조가 유사하다. 원금이 보장되느냐는 '우문(愚問)에' "설마 홍콩 증시가 반토막이 나겠느냐"는 금융회사 직원의 '현답(賢答)'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입을 할 때만 해도 설마가 사람 잡을 줄은 몰랐다. 6000만원 먹겠다고 10억원을 넣었는데 손 안에 남는 돈이 1억원원이 될 지 2억원이 될 지 알 수 없는 처지가 됐다. ELS 때문에 속을 태우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도 요즘 증권회사에 가면 '지금이 적기'라면서 ELS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한창 때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는데 설마 여기서 또 반토막이 나겠느냐는 말도 덧붙이다. 하지만 원금을 전액 날릴 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베팅하기에는 6% 수익률은 너무 작아 보인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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