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응팔' 행복한 결말 그 후

류정민 사회부 차장

'따뜻한 겨울'이 막을 내렸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는 존재였다. 응팔이 끝나자 겨울 추위가 더욱 매섭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응팔'은 무미건조한 일상을 바꿔놓는 자극제였다. 한때 '꿈나무 세대'로 불렸던 88학번, 중년으로 변한 그들은 모처럼 빛나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금의 10대들은 '응팔'에 담긴 사연을 자신들의 풋풋한 '로맨스'로 받아들였다. 중년의 엄마ㆍ아빠와 10대 자녀가 동시에 TV 앞에 모여드니 시청률 고공행진은 당연한 결과였다. 지난 16일 마지막 회는 19.6%(유료 플랫폼 기준, 닐슨코리아)를 기록해 역대 케이블 TV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높이던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논쟁은 애초 예측과 다른 결과로 정리됐다. '꽃미남' 천재 바둑 기사 최택(박보검)이 사랑을 쟁취했다. 서울대 출신 사법연수원생(보라)과 연세대 의대생(선우)의 러브라인도 완성됐다. '응팔'은 결국 행복한 결말로 막을 내렸다. 도봉구 쌍문동 봉황당 골목의 철부지 아이들은 모두 밝게 자랐고, 번듯한 성인이 돼서 다시 만났다. '응팔'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행복 드라마를 완성했다. 모두가 성공의 기쁨을 누린 시대, 1988년을 그렇게 기록할 수 있을까. 물론 '응팔'도 대학생 보라(류혜영)를 둘러싼 사연을 통해 '아스팔트 위의 긴장'을 담아내기는 했다.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노래하며 거리로 나온 사연을 전했지만, 잠시 스쳐 가는 이야기에 머물렀다. 그렇게 엄혹한 시대의 '우울한 현실'은 하나의 소품이 돼 버렸다. 옛 시절 추억을 담은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결국 현실의 팍팍함에 대한 방증이다. 정이 메마른 사회,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기 쉽지 않은 사회가 과거를 향한 애틋한 향수를 자극하는 게 아닐까. '응팔'이 시대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그릇일 수 있지만, 그 내용에 담긴 메시지는 경청할 만하다. 이웃 공동체 '봉황당 골목'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연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결국 '사람' 이야기다. 사람의 관계에서 행복을 얻고, 고민을 해결하고, 희망을 만들어간다는 메시지. '응팔'이 남긴 진한 여운이 이 사회에 '사람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따뜻한 겨울'은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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