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눈'으로 본 세상, 사진에 담다…주도양展

3월 26일, 강릉 오죽헌 검은 대나무 숲, 개미, 일본왕개미, 무당벌레, 칠성무당벌레, 우리가시허리노린재 등 서식. c-print, 200*100cm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도심 공원이나 놀이터, 습지 같은 곳을 찾았죠. 마치 곤충이 된 것처럼 수평, 수직, 회전하며 다각도로 사진을 찍었어요. 언제가 오후 2시께인가 아파트 공원 벤치에 앉아 계신 어르신이 저를 보고 신기한 듯 쳐다보시더라고요. 기어가거나, 엎어져 있고, 우스꽝스런 동작으로...왜 저러나 싶었을거에요."지난해 사진작가 주도양(41)은 나뭇잎, 꽃잎 위 곤충들이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연구하며 이를 사진으로 표현해내느라 분주했다. 2만개가 넘는 겹눈으로 땅과 하늘, 풀잎 위 잠자리라면, 땅 위와 물 표면의 딱정벌레 혹은 소금쟁이라면 세상은 어떻게 비춰질까. 기존에도 순간의 풍광을 다각도에서 촬영해 대표 작품으로 선보인 그였다. 이번엔 '곤충의 눈'을 하나의 방식으로 삼아 세상을 사진에 담았다. 곤충학자들의 자문을 들었고, 곤충의 시야에 대해 공부하고 다양한 서식지를 찾았다. 촬영장소는 일산 호수공원, 청계천, 양평 세미원 습지부터 강릉 오죽헌 등 다채롭다.

8월 14일, 일산 호수공원, 알락하늘소, 꽃매미 서식, c-print, 200*100cm

주도양 작가.

실제 작업에 사용하는 물감, 화학재료들을 설명하고 있는 주도양 작가.

작품은 두 가지 기법으로 촬영됐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c-프린트 방식과, 여러 개의 바늘구멍으로 이루어진 핀홀 카메라로 촬영된 필름을 검프린트 방식으로 인화한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여러 이미지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해 입체적인 풍경으로 재탄생했다. 작품들은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듯한 모습으로, 어지럽다. 곤충들의 시야는 인간보다 더 발달돼 있고 복잡해 보인다. 작가는 "번데기 과정이 없는 잠자리의 눈은 3억년전 그대로 모양과 기능을 보전하고 있다. 갑각류의 새우나 게도 겹눈이지만 곤충이 겹눈을 가진 보다 대표적인 생명체라고 생각했다. 우리보다 수억 년 전에 태어난 생명체가 본 것이 입체적인 시선이라는 점에서 곤충의 눈이 보는 것에 대한 기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핀홀 카메라는 사진의 역사에서 초창기 방식이자 중세시대 화가의 그림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었던 옵스큐라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직접 제작한 핀홀 카메라로 촬영한 검프린트 작품이 걸렸고, 핀홀카메라 제작 설계도면과 검프린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드로잉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는 볼록렌즈를 통해 이미지를 만드는 광학적 사진의 원리를 보여주는 설치물이 마련돼 있다. 이를 통해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를 알 수 있다.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주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보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실험적인 사진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작업실도 일부 전시장으로 옮겨 작품을 제작하면서 사용했던 물감, 화학약품 등과 검프리트 인화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카메라의 원리와 인화 과정을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작가는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된 만큼 사진은 대중적이고 민주적인 매체임에도, 나 자신도 사진을 어렵게 배워왔다. 교육과정이 없고, 독학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나 같은 사람이 많으면 안되겠다싶어 그동안 작업 과정들을 자세하게 기록해 책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다음 세대에는 더 다양한 작가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3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전관. 02-736-4371.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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