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좋았지…'유통가 휩쓴 '복고열풍' 이유?

-쌍문동 반지하서 '변호사,의사' 나던 시대 종언-금수저, 흙수저 나뉘는 2016년…팍팍한 현실에 '과거에 대한 향수' 짙어져-현실에 대한 불만 지속되는 한 복고열풍 이어질 전망

참고사진=레코드판(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복고열풍을 이끈 '응답하라 1988'의 시대적 배경은 80-90년대 초반, 공간적 배경은 강북구 쌍문동이다. 극중 의사, 변호사로 성공한 성선우, 성보라는 반지하, 편부모가정이라는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자수성가했다. 그러나 2016년 현재, 계층 간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는 치워졌고 '금수저, 흙수저'로 나뉘며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계급사회다. 아무리 노력해도 '삼포세대'일 수밖에 없는 현실. 그 속에서 '복고'가 떴다.최근 방송가에서 시작한 복고열풍이 올 한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불황과 현재에 대한 불만이 일으킨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복고 열풍을 가속시킨다는 것. 이에 복고를 기본 테마로 한 소비패러다임은 유통가 뿐만 아니라 전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19일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시작된 복고열풍이 영화, 패션, 애니메이션, 식료품, 화장품, 광고 등 전산업 영역으로 확산 중"이라며 "특히 90년대 전후 10~20대였던 세대들이 사회로 진출해 핵심 소비층이 되면서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분석했다.이는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생활 속 작은 사치를 통해 재미있고 즐거운 것을 찾고자 하는 어른의 욕구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정서적 안정을 찾고 싶은 향후가 맞물리면서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한 연구원은 복고가 유행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그 중 첫번째는 '경기불황'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 부양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불황으로 내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장기 내수 부진은 실업률을 높이고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소비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해 청년실업률은 9.2%(남10.6%, 여7.8%)로 1999년 통계기준이 변경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 이어 N포세대(3포를 넘어 내집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등 포기할 것이 너무 많은 2030세대)까지 신조어로 등장했다. 또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 효과로 상승세를 이어갔던 소비자 심리지수(CSI) 역시 12월에 하락세로 전환했으며 기업의 경기심리를 반영하는 기업 경기 실사지수(BIS) 역시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소비 절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연구원은 이처럼 힘들고 팍팍한 현실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따라 복고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내다봤다.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트모니터의 '과거와 현재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평가'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2.4%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과거보다 팍팍해진 것 같다'고 대답했으며, 85%가 '사회가 불안할수록 옛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과거 행복했던 순간이 그리워서(63.9%)'라는 응답과 함께 '현실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56.4%)'라는 응답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 연구원은 "사람들은 복고 문화를 통해서 잠시 나마 현실을 잊고 삶의 재미를 느끼길 원하며 추억, 그리움, 따뜻함 등 위로를 받고자 하는 것"이라며 "불황과 맞물린 복고의 정서는 올해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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