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악의 축'에서 '중동의 거인'으로

세계 4위 석유창고 열렸다…글로벌 경제 복잡한 속내

▲테헤란 증권 거래소에서 여성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란이 국제사회로 전격 복귀하면서 전 세계가 이란이 품은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8000만 인구 시장경제 편입원유 수출 재개로 저유가 부채질건설·정유·자동차 등 기대감도[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서방의 고강도 경제·금융 제재에 묶여 있던 이란이 국제사회로 다시 걸어 나왔다. 지난해 7월 14일 이란이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과 핵협상을 타결한 지 6개월만이다.16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의 핵협상 이행 조건 수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모든 조건이 충족됐다"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즉각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유엔과 미국·유럽연합(EU)도 대(對)이란 제재를 풀었다.이제 이란은 원유 생산량을 확대하고 국제 시장에 원유를 즉각 내다팔 수 있게 됐다. 금융 제재가 풀리면서 해외에 묶여 있던 1000억달러(약 121조5100억원) 규모의 자산도 되찾을 수 있게 됐다.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이란은 그동안 미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불량국가(rogue state)'로 통했다. 그러나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석유 매장량 4위, 인구 8000만명의 이란이 고립에서 벗어나면서 향후 중동 정세의 판도는 물론 글로벌 경제 지형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친미 수니파 국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서방과 관계 개선을 선언함에 따라 중동의 '새로운 별'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올해 초 시아파 지도자들을 처형하면서까지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 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앞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니파 국가들과 새롭게 주도권을 장악하려 드는 이란 사이에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이를 잘 조율해야 하는 미국과 유럽, 유엔 등 국제사회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이란의 복귀가 원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란의 원유 매장량은 1580억배럴로 베네수엘라·사우디·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다.하지만 원유 수출 제재 탓에 그동안 이란이 해외로 내다 판 원유는 하루 100만배럴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란은 제재 해제와 동시에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배럴 늘리겠다고 밝혔다.이란의 원유 시장 복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사이의 치킨게임으로 바닥 모르고 떨어진 유가에 더 거센 하방 압력이 될 듯하다.지난주 배럴당 30달러선이 붕괴된 국제 유가가 단숨에 20달러대 초중반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영국의 투자은행 스탠더드차터드는 유가가 1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17일 문을 연 중동 증시는 이란을 제외하고 일제히 급락했다. 유가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에너지주를 중심으로 거센 매도세가 나왔기 때문이다. 중동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우디 증시는 5.4% 급락해 5년여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카타르(-7%), 두바이(-4.6%) 증시도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반면 이란 증시는 제재 해제에 따른 경제 회복 기대감으로 1% 올랐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상승률은 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이란에 대한 서방의 주요 경제 제재는 해제됐으나 모든 제재가 완전히 풀리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재 해제로 미국 외의 기업이나 개인(secondary sanction)이 이란과 거래할 경우 받는 불이익은 사라졌다. 하지만 미국인, 미 기업들은 여전히 재무부가 승인해야 이란과 거래할 수 있다. 이란에 대한 무기 수출입 금지 등 일부 군사 제재도 여전히 유효하다.미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17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기업·개인 등 11곳에 대해 신규 제재를 단행했다. 새 제재 대상 이란인 5명 가운데 3명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협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미국의 신규 제재는 핵개발 의혹과 관련된 제재를 해제하되 미사일 등 다른 활동에 대해서는 언제든 추가 제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신규 제재가 이란과 관계 개선에 반대하는 공화당 등 미국 인사들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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