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만화 '독고탁' 그린 이상무 화백 별세

이상무 화백. 사진=한국만화가협회 제공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독고탁'이 던지는 마구(魔球)를 더 이상 볼 수 없다. 추억의 야구 만화 시리즈 '독고탁'을 그린 이상무(본명 박노철ㆍ70) 화백이 지난 3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여느 때와 같이 서울 공덕동 작업실에 새벽 출근해 만화 단행본 발간을 준비하던 중이었다.1946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이 화백은 고등학생이던 1963년 대구 영남일보 어린이 지면에 네 칸짜리 만화를 연재하며 만화가로서 첫발을 디뎠다. 다음 해 상경한 이 화백은 '두통이' 등으로 잘 알려진 박기정ㆍ박기준 화백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이상무'라는 필명은 스승 박기준 화백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1966년 잡지 '여학생'에 순정만화 '노미호와 주리혜'를 연재하면서 이 필명을 처음 사용했다.이 화백은 1971년 '주근깨'로 독고탁이 처음 세상 빛을 보게 했다. 야구에 소질이 있는 소년 독고탁이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고민하다 변장을 하고 경기에 나가 승리한다는 내용의 만화였다. 스포츠와 가족애가 어우러진 이상무표 감동 만화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독고탁이 등장한 시기는 대본소 체제와 문하생 제도로 한 달에 만화 수백 권씩 쏟아지던 때. 이 화백은 2009년 부천만화정보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신인 작가들이 많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는데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독고탁'의 힘이었다"고 돌이켰다.'비둘기 합창' '울지 않는 소년' '우정의 마운드' '아홉 개의 빨간 모자' '달려라 꼴찌' 등 독고탁 시리즈를 이어갔다. "엄희자(당시 인기 순정만화가)는 여자만 울리지만 이상무는 남자와 여자 모두 울린다"는 말이 돌 정도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독고탁을 찾았다.주인공답지 않은 왜소한 체격과 반항심ㆍ질투심으로 똘똘 뭉친 성격은 독고탁 최고의 매력이었다. '주인공은 멋있어야 한다'는 통념을 깬 평범한 모습은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그가 던지는 뱀처럼 휘어지는 '드라이브볼', 바닥에 깔려 흙먼지를 일으키는 '더스트볼', 스트라이크 존에서 갑자기 튀어 오르는 '바운드볼' 같은 마구는 보는 재미를 더했다. 독고탁은 이렇게 1970~1980년대 독보적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이 화백은 1990년부터 5년 동안 스포츠조선에 골프 레슨 만화 '싱글로 가는 길'을 연재했다. 그 경험을 살려 이후엔 '불타는 그린' '운명의 라스트 홀' 등 여러 골프 만화를 그렸다.그는 최근까지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페인터 같은 다양한 그래픽 프로그램을 공부하며 배우기를 쉬지 않았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극적인 재미는 크게 없을지라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만화를 그리려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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