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전체 순환출자 고리는 총 10개에서 7개로 3개 줄어들었지만, 기존 순환출자 고리 중 3개는 강화돼 지분을 처분하거나 고리 자체를 해소해야 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합병관련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 신규 순환출자 고리 형성과 제재 여부를 검토해 왔다. 공정위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新삼성물산→삼성생명보험→삼성전자→삼성SDI→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 新삼성물산→삼성생명보험→삼성화재보험→삼성전자→삼성SDI→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 新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 이후 순환출자 고리. 합병 전보다 3개의 고리가 줄어들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기존 계열출자에 출자가 추가되면 고리가 '강화'됐다고 평가하는데, 삼성의 경우 삼성SDI가 합병된 新삼성물산에 추가 출자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판단에 따라) 삼성SDI는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를 매각해야 한다"며 "현재 가격으로 약 73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공정위의 결정에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인해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총 10개에서 7개로 줄어들었지만 합병후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전체 순환출자 고리가 10개에서 7개로 줄어들었고 이번 합병이 순환출자 고리의 강화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공정위의 판단에 서운한 감이 없잖아 있다"고 말했다. 합병으로 인해 전체 순환출자 고리가 줄어들며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있었고 계열사에 대한 신규 출자가 아닌 합병에 의한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공정위는 이를 순환출자 강화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합병하면서 3개의 고리가 순환출자가 강화됐다. 그러나 이 강화된 고리에는 모두 삼성SDI의 출자가 문제가 됐던 만큼, 공정위는 이런 경우 추가 출자분 중 더 큰 추가 출자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세웠다. 두가지 고리는 SDI→新삼성물산 404만2758주(2.1%), 강화된 또 하나의 고리는 SDI→新삼성물산 500만주(2.6%)가 추가 출자분에 해당되므로 더 큰 추가 출자분인 SDI→新삼성물산 500만(2.6%)를 처분하거나 강화된 고리 자체를 해소하면 된다. 고리 자체를 해소하는 것 보다는 삼성SDI의 추가출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훨씬 간단하므로 이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위법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의해 불가피하게 생성된 만큼 공정위는 삼성그룹에 즉각 시정명령 등의 제재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대신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6개월의 유예기간을 적용해 삼성그룹에 해당 기간 동안 신규 순환출자를 자진 해소하도록 했다. 삼성그룹은 공정위의 판단에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행 요구는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의 이행사항은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2.6%인 500만 주를 처분하라는 것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만큼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2.6%를 처분한다 해도 지배구조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 단, 이행기간이 문제다. 현행법상 신규 순환출자 및 기존 순환출자 고리 강화의 경우 6개월안에 이를 해소해야 한다. 때문에 내년 3월까지 삼성그룹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를 전량 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약 3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시가 7300억원 정도의 지분을 처분해야 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이행사항은 충실하게 이행할 계획이지만 처분 기간은 다소 연장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며 "3개월안에 7300억원 정도의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한다는 것은 현 삼성물산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수 있으며 시장에 혼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 이행 기간도 6개월인 만큼 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공정위가 처분 기간을 연장해 준다면 성실히 준비해 지분 처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합 삼성물산 법인이 지난 9월1일 출범한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은 내년 3월 초까지 관련 문제를 해소하면 공정위 제재를 피할 수 있다.만약 삼성이 내년 3월 초까지 이 문제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법상 해당주식 처분명령 등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김정기 과장은 "위반 주식 취득가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벌칙으로 3년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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