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조담긴 지원안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자구책 선택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STX조선해양 채권단에서 탈퇴한 것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최근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정부 기조나 산업은행의 기업 지원안을 무조건 받아들이던 것에서 벗어나 실리를 따진 뒤 참여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여기에는 명분만 따라가다가는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베여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바젤Ⅲ에 따라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대규모 부실이 예상되는 기업 지원을 위해 돈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조선살리기에 각자도생 나선 시중은행=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STX조선 채권단에서 탈퇴하기로 한 것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조선업 시황 때문이다. 산은이 정부의 기조에 따라 지원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악화된 조선업 시황때문에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뻔한데 이같은 현실을 무시하고 명분에 밀려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조선업은 국제 해운 시황 부진으로 인한 수주 부진은 물론 향후 전망도 어두울 것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앞서 우리은행이 지난 10월 성동조선해양 자율협약에서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고, 금융당국이 이를 지지한 것도 은행의 '독립 선언'을 부추기는 기반이 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민영화의 전제조건은 우리은행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최근 우리은행이 STX조선해양 채권단에서 탈퇴하기로 한 것도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하는 노력으로 본다"고 말하며 우리은행의 행보를 지지했다. 우리은행이 기업 지원안에 대놓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상황인만큼 다른 시중은행이 정부의 눈치를 덜 보게 됐다는 것이 은행권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산은-시중은행으로 이어져온 금융권의 전통적인 관치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어디로 가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일부 채권단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잔여자금 지원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자금 지원이 불가피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채권단은 2013년 STX조선 공동관리를 시작한 이후 4조원 넘게 지원했지만 재무상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 기준으로 451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자본잠식(1조9114억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숫자적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려면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지원예정자금 잔여분 4530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원 자금마저도 재무구조 개선이 아니라 기수주 선박의 건조·인도를 위한 목적으로 쓰인다. 자금이 투입되는 시기도 한 번이 아닌, 산은이 STX조선의 잔여자금 일정을 받아 자금부족이 있을 때마다 캐피탈콜 방식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월 단위로 집행한다. 캐피탈콜은 투자자가 생기면 자금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결국 STX조선에는 이번 지원에 이은 2~3차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 재무 부담때문에 채권단의 추가 탈퇴도 점칠 수 있다. 자금 지원을 결정한 채권단도 내년 STX조선의 구조조정 내용과 영업성과를 보고 미흡하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동안 STX조선은 자구노력이 미흡했다. 내년 구조조정 내용과 영업성과를 보고 추가 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이번 지원은 내년 한 해를 버티기 위한 운영자금 지원에 국한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STX조선은 재무제표보다 현금흐름이 중요하다.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기존 자금지원안은 2017년까지 필요한 자금을 계산해 만든 것인데, 실사결과 2016년에 자금이 소진되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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