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4년차 앞둔 개각에도 역시 '박정희 그림자'

인사 방점은 선친 遺業 완성

유일호 내정자 부친 故유치송 의원은 박정희 추모위 고문 이준식 내정자, 2代에 걸친 '이공계 우대' 수혜자성영훈 내정자는 '정수장학생' 출신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항상 붙는 표현이 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말이다. 박 대통령이 21일 단행한 개각은 집권 4년차를 앞두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업(遺業)을 완성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듯 보인다. 이를 위해 대(代)를 이은 충성심, 아버지 시대에 대한 향수를 공유하는 인물을 중용했다.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민주한국당 총재를 지낸 고(故)유치송 전 국회의원(5선)의 장남이다. 유 전 총재는 1964년 5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하야 권고 건의를 검토했던 야당 6인 소위 멤버였지만 훗날 노선을 바꿨다. 1994년에는 박 전 대통령 서거 15주년 추모위원회 고문에 이름을 올리는 등 '박정희 재평가' 작업에 참여했다. 박 대통령은 18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유 내정자를 눈여겨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초선 의원이던 유 내정자는 상반기에는 보건복지가족위에서, 하반기엔 기획재정위에서 활동했다. 기재위에선 박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2대에 걸친 인연을 다졌다. 유 내정자는 19대 총선에서 천정배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한 뒤 중량급 친박(친박근혜) 인사로 급부상했다. 2012년 대선 때는 여권의 열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서울에서 시당위원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수도권 선전에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대선 직후 비서실장으로 전격 낙점돼 2개월 동안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비서실장 발탁에 대해 그는 "나는 친박 핵심도 아니다. 다만 당선인이 '정책 마인드가 있지 않느냐'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었다. 박근혜정부에서 유 내정자는 국토교통부 장관에 이어 경제사령탑에까지 오르며, 지금은 누가 봐도 친박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이번 개각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준식 전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학기술 진흥' 의지를 현 정권에서 극대화할 적임자로 통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0일 청와대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열었을 때 이 내정자는 민관 합동 공과대학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그 자리에 함께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선친이 만든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예전 같은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는 등 과학기술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을 질타했다. 이에 대한 다양한 대책이 논의된 가운데 이 내정자는 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공대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내정자는 공대혁신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박 대통령의 눈에 띄었고, 공학자로서는 역대 두 번째로 교육 수장이 됐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공계 우대 기조가 한창이던 1970년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다녔다. 이 내정자는 부녀 대통령 시대에서 공학자로서 꿈을 떨치고, 이를 국가 교육 정책에 녹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박 대통령은 5개 부처 개각과 함께 '박정희 장학생' 출신 성영훈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를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성 내정자는 학창 시절 정수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초기인 1961년 부산 사업가 김지태(1982년 사망)씨로부터 부산지역 땅 10만 평, 부산일보 주식 100%, MBC 주식, 부산MBC 주식 등을 헌납 받아 설립된 재단이다. 성 내정자는 1986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로 시작해 2011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으로 퇴직하기까지 25년을 검찰 조직에 몸담았다. 정수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학생 중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1966년부터 '정수장학범동창회 상청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성 내정자는 상청회의 대표적인 법조 인맥으로 꼽힌다. 상청회의 다른 법조계 인물로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신승남 전 검찰총장, 주선회 전 헌법재판관 등이 있다. 이들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상청인'들에게 남겨준 유훈(遺訓)인 '음수사원(飮水思源ㆍ물을 마시며 그 근원을 생각한다는 뜻)'을 제대로 실천한 셈이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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