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다] 요리 초보 탈출 대작전!

지인에게 문자로 사진 한 장을 받았다. 딱 봐도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요리 사진이었다. 맛있는 요리를 집에서 해 먹고 자랑하려고 보낸 문자쯤으로 여기려 했는데 곧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와이프가 반나절을 부엌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면서 만든 특별 요리인데 그 맛이 특별하다 못해 특이하다고 했다. 과연 이 요리의 맛이 이런 맛인지, 앞으로 와이프의 요리 실력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초보(初步, beginner)란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붙는 수식어이다. 초보엄마, 초보남편, 초보운전자, 초보연기자 등. 그중에서 단연 초보와 잘 어울리는 건 요리인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집에서 밥을 먹게 되는 일이 줄어드니 요리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엄마에게 자연스럽게 배웠던 요리는 이제 책이나 인터넷으로 배우게 되니 그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맛을 내는 것도 어렵다. 요리를 해 보지 않은 초보자들에게 요리는 두려움일 것이다. 요리에 앞서 메뉴를 결정하고 시장도 봐야 하며 칼도 다루어야 하고 불도 다루어야 한다. 내가 만든 요리를 스스로든 가족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니 두려울 수밖에 없다. 첫 요리에 합격점을 받았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요리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아무리 편리한 세상이 되어 외식할 곳도 많아지고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즉석 제품들이 늘어나도 요리하는 일은 꼭 필요하기에 누구라도 초보 탈출이 필요하다.

양배추 채소볶음. 기름기가 도는 볶음이 기름의 풍미로 우리의 혀를 '맛있다'로 현혹시키기에 좋다.

요리 초보 탈출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먼저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확인한다. 그리고 만들 수 있는 음식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요리 초보들은 메뉴를 결정하고 필요한 재료를 모두 구입하게 되니 재료비도 만만하지 않다. 없는 재료가 있다면 왠지 요리가 완성되지 않을 것 같아 자신감이 상실된다. 한두 가지 없는 재료는 없는 대로 준비한다. 그다음에는 필요한 재료와 양념을 모두 꺼내어 놓고 재료를 씻어 썰고 양념을 끝낸 다음에 불을 사용한다. 재료를 하나씩 손질하다 보면 냉장고 문만 계속 여닫게 되어 분주하기만 하고 진도도 나가지 않으니 요리하는 일이 또 힘들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불에서 요리가 완성된다면 국물요리는 간을 평소보다 살짝! 아주 살짝 세게 하는 것이 싱거운 것보다 합격점을 받을 확률이 높다. 반찬류는 무침보다는 기름기가 도는 볶음이 기름의 풍미로 우리의 혀를 ‘맛있다’로 현혹시키기에 좋다. 그러나 이 방법은 어디까지 초보 탈출을 위한 위험 수위가 있는 비책일 뿐 절대 정석은 아니다.

무굴국. 국물요리는 간을 평소보다 아주 살짝 세게 하는 것이 싱거운 맛보다 성공률이 높다.

다음으로 오늘의 접시도 미리 준비하는 센스~ 어떠한 접시라도 괜찮다. 접시 크기에 따라 준비한 재료를 크게도 작게도 준비할 수 있으니 어떤 접시에 음식을 담아낼 것인지 미리 생각해 보는 여유까지 가지면 요리 초보신세를 탈출할 수 있다. 초보 운전 시절 ‘전 안 되겠어요. 먼저 가세요’를 붙이고 핸들이 뽑히도록 힘을 주어 운전을 했어도 이제는 고속도로를 무한질주하며 속도위반 딱지를 떼고 있는 카레이서가 된 것처럼 요리 초보도 ‘전 안 되겠어요. 외식하세요’를 외치면서도 하나둘씩 요리를 만들다 보면 어느새 식재료의 맛을 잘 살린 요리법도 알게 되고 외식비도 줄여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며, 건강한 음식을 나와 가족을 위해 준비하는 전문가가 될 것이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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