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전성시대]흙수저·취준생·비정규직…웹툰에선 '다포세대'가 주인공

윤태호 작가 웹툰 '미생'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미생이요? 안 봤어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은 송곳도 안봐요. 아니, 못 봐요. 그런데 과장님이 미생 봤냐고, 정규직 면접 준비하려면 이정도 사회 이슈에는 관심이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드라마 말고 저를 보시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최모씨·29) 지난해와 올 한해 '송곳'과 '미생'은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정작 취업난과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청년세대들은 두 웹툰을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이들 웹툰이 모든 것을 다 포기한다는 '다포세대'의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모바일을 많이 사용하는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런 소재들이 웹툰의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분석한다. 실제 드라마로 제작됐던 '미생'은 계약직으로 일하는 주인공과 스펙으로 평가받는 사회, 여기서 느끼는 젊은이들의 좌절들을 그려냈다. 드라마로 방영된 이후에도 씁쓸하지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공감을 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웹툰 송곳은 비정규직의 현실에 더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려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노동조합의 양면성'을 고루 담았다는 호평도 받았다.

기안84 작가의 웹툰 '복학왕'

웹툰 복학왕은 '기안대'라는 가상의 지방대 패션학과에 입학하게 된 주인공을 통해 학벌과 취업 문제를 비틀어 보여준다. 주인공은 지방대에 처음 등교한 첫화에서 지방대를 "중국집 배달원, 꽃게잡이 선원, 노래주점·마사지 업소, 청년실업'으로 가는 특급열차"라며 "이곳을 탈출하자"고 다짐한다. 이밖에 '기안대? 어디 있는 학교죠? '지잡대(지방 잡다한 대학을 일컫는 비속어)', '쓰레기 대학' 같은 표현은 소위 '인서울'에 속하지 못하면서 이미 사회에서 밀려난 것처럼 느끼는 20대의 열패감을 보여 준다.웹툰 '미지의 세계'는 못생기고 가난한 '흙수저' 여대생 조미지의 일상을 그린다. 조미지의 부모님은 '노가다'로 생계로 이어가기에 남자와 술을 마시자니 집에 갈 택시비가 걱정이고, 예술계 유명인들과의 어울림을 기대하자니 커피값조차 없다. 웹툰은 허영과 욕망을 비판하면서도 여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조미지의 이중성을 가식 없이 그려낸다. 어두운 면만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공감과 지지가 만만치 않았다. 단행본 출판을 위해 500만원을 후원받는 프로젝트에서 이 금액을 훨씬 넘긴 1368만원이 모금되기도 했다. 흙수저 신세에 대해 우울하게 그린 웹툰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수저계급론'이 기승을 부릴 때 한 일러스트가 그린 웹툰은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흙수저의 아픔과 성장을 그린 익킨 웹툰 (출처 : 페이스북 캡쳐)

일러스트 작가 익킨은 자신이 그린 7컷 짜리 웹툰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웹툰은 뜨거운 불덩이 속에서 버티는 흙수저 이야기를 담아냈다. 960도에서 은수저가 녹았고 1063도에서는 금수저도 녹았지만 흙수저만은 끝까지 버텨내 도자기로 다시 태어난다는 스토리다. 마지막 컷은 "버티자. 중요한 것은 어떻게 태어났냐가 아니라 얼마나 버티느냐니까"라는 멘트로 채워졌다. 웹툰을 본 네티즌들은 감동으로 열광했다. 사는 게 힘들었는데 이 웹툰을 보고 눈물이 났다는 반응도 많았다.다포세대의 감성을 사로잡는 웹툰은 2030 세대를 대변하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주류 언론들이 핵심을 비켜나가는 수박 겉핧기식 문제 제기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불만을 웹툰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기업들도 웹툰이라는 수단을 통해 2030 세대에 접근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삼성전자는 공식블로그인 삼성투모로우에 네이버 인기 웹툰 '여탕보고서'의 작가 마일로의 '마이그랜파리포트'를 연재 중이다. 할아버지와 손주가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이야기인데 웹툰 속에는 다양한 삼성전자 제품들이 등장한다.

마일로 작가의 삼성 브랜드 웹툰 '마이그랜파리포트'

'가우스전자'의 곽백수 작가도 '가우스전자 위드 삼성페이'라는 작품을 같이 연재하고 있다. 삼성 페이를 사용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만한 에피소드를 4컷 짜리 웹툰으로 표현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보험사도 미래의 잠재 고객인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웹툰을 들고 나왔다. 한화생명의 경우 웹툰 작가 이종규, 서재일과 손잡고 브랜드 웹툰 '2024' 시즌1,2를 선보여 인기를 얻었다.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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