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중심 '법조일원화' 전면 재검토 가능성…국회 변호사시험법 개정 등 변수 남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효진 기자] 법무부가 3일 사법시험 폐지 시기를 2017년에서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법조계 안팎의 강력한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사시존치 관련 공청회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당시 법무부 측 진술은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책임회피'라는 지적을 받았다. 법무부는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을 담당하는 부처다. 법조계가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어떤 형태로든 법무부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법무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법무부는 조용히 대안과 대책을 고민했다. 지난 9월 사시존치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사시존치'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2017년 사시폐지에 반대했다. 또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사법시험 존치에 무게를 실었다. 법무부는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학교수회 등 법조계 의견도 수렴했는데 이들 단체는 사시존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사시폐지 의견은 강한 저항에 부딪히는 형국이었다.
법무부가 사시폐지를 유예한 것보다 중요한 부분은 이번에 언급한 '대안' 부분이다. 법무부는 예비시험제 도입 방안, 사법시험 존치 방안 등을 폭넓게 점검해서 대안을 내놓기로 했다. 사법시험은 폐지하고 로스쿨 체제를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법조 일원화'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선 셈이다. 법조일원화는 사시 폐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2009년 로스쿨 신입생을 받은 이후 2012년부터 졸업생을 배출해 해마다 1500명 안팎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법조계에 진출하고 있다. 사법시험은 2017년 시험을 마지막으로 치른 뒤 폐지하기로 하고 해마다 합격 인원을 줄였다. 법무부가 2021년 시험까지는 사시를 치른 뒤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당분간 사법시험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유예기간을 4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가 10년간 시행되는 시기가 2021년이고, 그 시점이 되면 변호사시험의 5년·5회 응시횟수 제한에 따라 응시인원이 일정 수준으로 수렴되는 것을 고려했다. 또 사법시험 존치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기 위한 시간도 고려해 4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물론 법무부의 이번 발표가 사시 존치로 연결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사시 존치 문제는 기본적으로 법 개정 사안이다. 현행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와 제2조는 2017년 12월31일 사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시 존치를 위해서는 변호사시험법과 로스쿨 관련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법무부는 앞으로 국회 법안 심사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신속한 입법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사시 폐지 4년간 유예 입장을 밝히면서 국회 법사위 등 정치권 논의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 체제는 참여정부 때 도입된 제도다. 현재의 야당 입장에서는 로스쿨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로스쿨이 애초 설립 목표를 실현하지 못한 채 일부 고위층, 부유층의 법조 진출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에 따른 부담이다. 게다가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아들을 둘러싼 로스쿨 졸업시험 구제 논란은 부정적인 여론을 더욱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법무부까지 나서서 사시존치에 무게를 싣게 되면서 여야도 변호사시험법 개정에 긍정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부의 이번 발표가 여론의 호응을 얻게 되면 사시 폐지를 역설하던 로스쿨 측 입지는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법무부는 떼쓰는 자들에게 떠밀려서, 합당한 사유에 근거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사법시험 연장이라는 미봉책을 내 놓음으로써 우리 나라 법치주의의 수준을 드러냈다"면서 "국회가 떼법을 용인하지 않고 법률을 믿은 대다수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고 하는 사법개혁의 대원칙을 공고히 할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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