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전환우선주 만기 도래
상환 시 재정 부담 더 커져
SK㈜ 가치·배당금도 낮아져
SK그룹 사업재편(리밸런싱)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SK E&S가 2년 뒤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SK그룹 내 유력한 재편 시나리오로 SK E&S와 SK이노베이션의 합병이 논의되고 있는데, 재무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양 사 통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 E&S는 2021년 이후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인해 2년 뒤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된다. RCPS는 만기가 도래하면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다. SK E&S는 2021년과 2022년에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상대로 RCPS를 통해 3조1000억원을 조달했다. 1차 RCPS 만기가 2026년 하반기다.
2021년 11월 발행된 2조4000억원 규모의 RCPS는 만기 시점에 3.99%의 우선배당률에 따라 매년 약 96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즉 5년간 4800억원을 발행금액과 별도로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별개로 RCPS 발행 당시 7.5%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4893억원)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KKR이 SK E&S를 상대로 상환권을 행사할 경우 원금 2조4000억원과 배당 4800억원, IRR 보장 추가비용 4893억원 등 모두 3조3693억원이 필요하게 된다. 상환 조건에 현금 외 ‘그 밖의 자산’을 추가한 만큼 SK E&S가 보유한 도시가스 자회사 매각도 가능하지만, 매출 비중 46%(발전사업은 42%)를 차지하는 도시가스 사업을 내주면 전체 사업에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SK는 E&S와 SK이노베이션을 합병해 위기에 놓인 배터리 사업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의도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SK E&S가 배터리 사업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SK E&S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수천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에 불과한데, 이는 조원 단위 배터리 투자 규모에 비하면 큰 역할이 아니다"며 "그룹 전체로 위기가 확산해 모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 E&S는 그동안 지주사인 SK㈜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SK E&S가 SK이노베이션과 합병을 하게 되면 SK㈜에 지금과 같은 배당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최태원 SK 회장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 회장이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그의 핵심 자산인 SK㈜의 가치를 낮출 뿐만 아니라 배당 수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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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이사회가 합병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합병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과 주주들의 반발, 그리고 SK㈜의 배당 감소 문제 등이 리밸런싱 시나리오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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