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대한민국이 '초저금리 시대'와 작별을 고하고 있다. 미국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면서다. 미국 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우리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차만 있을 뿐, 결국 대한민국도 '금리인상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초저금리에 맞춰졌던 금융시장 전략의 대대적인 변화를 뜻한다. 1166조원을 넘는 가계대출의 이자 부담 증가, 부동산 가격의 변화, 자본시장 영향 등 금리 인상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시장의 움직임을 꼼꼼히 따져 금리인상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미 금리 인상에 대비해 합동 시장점검단을 꾸려 1~2주 단위로 시장을 점검하고 있다. 다음달 3일에는 미국 금리인상이 회사채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한다. 금융당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금융시장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하는 것은 금리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이다.사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경쟁적으로 돈을 찍어내며 경기회복에 매진했다. 2012년 7월 연 3.0%로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9월 연 2.5%, 2014년 8월 연 2.25%, 올 6월 연 1.5%로 떨어진 한국의 기준금리도 3년반만에 인상기조로 바뀔 수 있게 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이 개선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게 문제다. 금리 인상은 한 번 시작되면 거시경제의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지속된다. 2004년 6월부터 시작된 미국 정책금리 인상은 2006년 6월까지 2년 동안 지속됐고 2005년 9월부터 시작된 한은의 금리인상도 2008년 8월까지 이어졌다. 금융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내년 말까지 3~4차례의 인상 과정을 통해 1%포인트 정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내년말 미국의 정책금리는 1~1.25%로 올라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차이는 0.25~0.5%포인트로 좁혀지게 된다. 금융시장에서 내년말 부터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승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시장 예상대로 내년 말까지 1%포인트 정도 정책금리를 올린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이르면 내년 말이나 2017년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 재료로 이미 조금씩 오르고 있는 국내 시장금리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까지 더해진다면 가계부채 부담도 커진다. 국내 가계부채는 이미 1130조원을 넘어섰다. 더구나 대출금의 70% 이상이 단기 변동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가계 소비여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은 이미 금융시장 가격변수에 상당부분 반영됐지만 시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며 "미국금리 인상 후 벌어질 복합적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미국 금리인상 자체가 예견된 재료인 만큼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큰 충격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예상대로 내년까지 1%포인트 정도 올린다면 서프라이즈 상황은 아니다"며 "장기물 중심의 외국인 수요가 이어지면서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