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김완수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소장은 2013년 5월 우즈베키스탄 UGCC 현장에 첫 발을 디뎠을 때를 기억하며 “너무 황당하더라”고 했다. 인적은커녕 동·식물도 찾아보기 어려운 황무지에 우즈베키스탄 최대 규모의 플랜트를 지어야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체 플랜트에 전기와 가스, 물 등을 공급하는 기반시설 공사를 맡았다. 21억달러짜리 초대형 프로젝트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초기 공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김 소장은 그 때 ‘왕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떠올렸다. “잘 알려진 말이긴 하지만 그때만큼 절실하게 와 닿았던 적도 없었죠. ‘이봐, 해봤어?’. 뭐랄까, 그런 ‘현대 정신’이 필요했어요. 두 가지 모토를 정했죠. ‘어리석은 자는 핑계를 찾지만 현명한 자는 방법을 찾는다’ ‘추진하지 못하면 망한다’.”
김완수 현대엔지니어링 UGCC 프로젝트 현장소장
아프리카와 남미 등 오지의 해외건설 현장에서만 13년동안 잔뼈가 굵었지만 UGCC 현장은 그런 각별한 결의 없이는 해 나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계절에 따라 극단적인 고온과 저온을 오가는 날씨와 자재와 인력 조달이 어려운 현지 사정 등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문제에 막혀 갈팡질팡했다가는 공사기한을 넘기는 것은 물론 비용이 치솟기 마련이다. 김 소장은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고 문제가 생기면 발빠르게 대책을 세워 과감하게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일반적인 작업의 순서대로 해서는 공사 일정을 맞추기 힘든 형편이었다고 한다. “배관을 씻어내야 하는 작업이 있는데 다른 곳에서 에어나 물을 끌어오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들죠. 사전에 예측해서 관련 설비를 우선 만드는 겁니다. 한겨울에는 외부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춥고 물기 있는 자재는 얼어붙기 일쑤니까 우선적으로 건물 외관을 먼저 완성시킨 덕분에 작업 속도를 높일 수도 있었구요.”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수시로 전략을 바꿔가며 진행하는 것은 굉장한 위험 부담을 지는 일이다. 관련 자재를 발주해놓고 예상했던대로 진행이 되지 않으면 자재비만 날릴 수도 있다. 김 소장은 직원들과의 치열한 토론을 거치고 엔지니어링 업체로서의 자신감으로 밀어붙였다. “설계를 기본으로 해 온 회사 직원들로서의 자신감은 있었죠. 우리가 결정하면 95%는 맞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초도 물량 개념을 도입했죠. 먼저 작업할 수 있는 철골이나 토목, 배관 등 중에서 이건 지금 시작할 수 있다 싶으면 우선 자재를 발주하는 식입니다. 왠만하면 겁이 나서 못하는 겁니다. 잘 못 되면 했던 공사를 되물려야 하고 자재만 날릴 수도 있거든요. 확신이 서고 투지가 있어야 가능하죠. 책임 면할 것만 생각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겁니다.”설계 기간까지 포함된 36개월의 공사기간에 대해 주위에서는 너무 짧아 기한 내 준공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처럼 현장 상황에 따라 발빠른 대응 전략을 세운 덕분에 대부분 공정에서 기한보다 앞서 시운전까지 마치기도 했다. 김 소장은 “모든 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됐다”고 했다. 수시로 직원들과 밤늦도록 아이디어 토론을 벌였고 때로는 직원들의 꿈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만큼 일에 미쳤었다는 것이다. “중동이라면 필요한 자재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한국이나 중동에서 먼 거리를 거쳐 들여와야 합니다. 공사 인력 구하기도 힘들구요. 사실 리스크 따지면 우즈벡 못 들어옵니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보면 우리 적성에 맞는거죠. 나쁜 환경에서도 잘 견디고 가족을 위해, 또 국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정신이 있으니까요.”해외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넉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다녀온다. 그런데 김 소장은 지난 1월 이후 10개월째 현장만 지키고 있다.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최종 결정자가 없으면 진행이 안 되니까 불안해서, 휴가보다는 현장이 우선”이라는 이유다. “제 나이 또래들은 다 그렇다”고도 했다. “인생이란 게 좀 이상합니다. 어렸을 때 시골 마당에서 놀고 있는데 할머니가 닭 모이를 주면서 ‘완수는 외국에서 많이 산단다’고 했어요. 무슨 점을 봤나 봐요. 그 때만 해도 비행기 타는 것도 생각지 못할 시절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정말 할머니 말씀처럼 온세계를 거의 다 돌아봤어요. 가장 자부심 느끼는 것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거죠. 한국 자재와 협력업체를 일부러 쓰기도 하구요. 그리고 우리가 달러 버니까 한국에서 자동차에 기름 넣고 놀러도 갈 수 있는 거 아닌가요.(웃음)”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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