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난관리 패러다임의 변화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인류의 삶은 전쟁의 연속이다. 전쟁은 인류의 생명과 재산 안전에 심각한 위협요소다. 지난 20세기 초반 사회성장을 저해시킨 주요인이었다. 그러다 1ㆍ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가 종식됨에 따라 위해 원인은 제거됐고 세계경제와 사회는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도성장을 위해 필요했던 인위적 개발 행위는 과거 안전지역의 취약성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고도성장의 덫이 재난이라는 부메랑이 돼 인류의 연속성과 지속성에 또 다른 위해요인이 돼버린 셈이다. 오늘날 우리는 재난위험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다른 형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10년대에 들어 여태껏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차원이 다른 재난이 등장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2010년 여름 폭염으로 수만의 사망자가 발했고, 2011년 동일본 해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는 원전파괴로 이어져 수백조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또한 2013년 태풍 하이옌은 필리핀을 국가마비사태에 이르게 할 정도로 극심한 피해를 가져왔다. 근래에 발생하는 이러한 기록적 재난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넘나들며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서로 연관성을 가지는 두 개 이상의 재난발생으로 그 피해가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기존 재난관리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과 같은 유형별 관리체제에 근간을 두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유형별 재난관리 체계를 따르고 있으며 우리나라, 미국, 일본도 이에 속한다. 유형별 재난관리는 관리업무를 구분하기에 용이하고 단일 유형의 재난관리에 적합하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대형화, 복합화 양상을 띠는 재난이 연쇄적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됐을 때 이를 능동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하기 위한 통합적 재난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대형화ㆍ복합화 양상을 띠는 재난은 단일유형의 재난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혹자는 과학적 예측의 불확실성과 국내에서 발생하지도 않았고 또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대형 복합 재난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관리 한계치를 벗어난 재난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또한 그 위험의 확실성 진위여부를 떠나 일단 발생하면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 과학적 입증이 부족하더라도 위험에 미리 대처하는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재난관리 선진국에서는 재난관리의 패러다임을 대형복합 재난관리로 전환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출범 당시 새로운 재난관리 패러다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로 특수재난실을 신설했다. 원자력, 감염병, 금융 등 8대 특수 재난관리는 물론 기존의 유형별 관리 한계치를 벗어난 대형 복합 재난의 관리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대형복합 재난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와 전문기관으로 구성된 협업체계를 마련하고 연구 사업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무차별적 테러는 유럽을 넘어 세계 각국에 비상등을 켜게 했다. 터키에서 열리고 있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테러리즘 척결 관련 G20 성명'을 별도로 채택하는 등 모든 국가에서 발생 가능한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협력하기로 결의했다. 국민 안전을 위해 부처 간 협력은 물론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저해할 요인을 발본색원해야 할 일이다.어느덧 국민안전처가 출범한 지 1년이 돼가고 있다. '안거위사(安居危思)' 즉 편안할 때 어려움이 닥칠 것을 잊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국민안전처는 자연재난이나 사회재난뿐만 아니라 미래 우리에게 닥쳐올지도 모를 대형 복합 재난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계획의 연구와 정책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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