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사활건 구조조정…노조·정부·국회는 발목잡기(종합)

삼성 서초사옥 전경 (자료사진)

<1>노조=삼성發 잇단 빅딜…고임금 노조는 더 달라 파업 <2>정부="아니다"라면서도 강제빅딜설 솔솔…업종ㆍ기업들은 멘붕<3>정치권=사업재편ㆍ구조조정 지원하는 법안들…국회서 낮잠[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재계의 구조조정이 3대 걸림돌에 가로막혔다. 자율적 빅딜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이 노조의 거듭된 반발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책당국의 강제적ㆍ인위적 구조조정 가능성은 자발적 구조조정의 속도를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재계가 사활을 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선제적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지원한다는 법안들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면서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삼성그룹의 두 차례 빅딜을 통해 석유화학업계는 LG화학과 한화, 롯데 등 3강으로 재편됐지만 노조 파업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단체협약 교섭에서 갈등을 빚은 한화종합화학 노사의 경우 파업과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임단협을 타결시켰지만 남은 상처가 크다. 노조는 삼성종합화학에서 한화종합화학으로 이름이 바뀐 이후 1인당 평균 5500만원에 이르는 위로금을 받았지만 임단협 교섭과정에서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자 지난달 15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였다. 사측이 30일 직장폐쇄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자 사실상 백기를 들며 지난 4일 임단협을 타결 지었지만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440억원의 손실을 입은 데다 이 과정에서 고객사 일부가 이탈하는 등 유무형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빅딜과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피인수기업 노조의 저항과 반발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이와 달리 삼성그룹 사업재편 과정에서 매각이 결정된 삼성정밀화학은 노조가 먼저 빅딜을 환영하고 롯데그룹이 불합리한 구조조정을 지양하는 것은 물론 고용보장을 약속하는 등 화해모드를 보여 대조를 보였다.'해양플랜트의 저주'로 수조 원대의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임단협 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파업을 벌였다가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에 '임금 동결ㆍ무파업' 동의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채권단과 노조의 마찰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정책당국에서 흘러나오는 강제 빅딜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해당 업종을 흔들고 있다. 정부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미흡하다고 판단, 현재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들이 참여하는 구조조정협의체를 만들어 기간산업 등의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좀비기업 및 한계기업을 선별해 자금지원에 차등을 주고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가리고 있다. 정부가 공급과잉과 재무구조 악화를 겪고 있는 업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해당업종과 기업들이 관(官) 주도의 강제빅딜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해운과 화학,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방안을 논의하면서 과잉설비 매각이나 감사, 일부 기업 간 빅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위원회와 해양수산부가 9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강제합병 추진설에 대해 부인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반면에 정부가 제조업의 체질 개선과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등을 위해 마련한 핵심법안 2개는 국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당정은 이른바 '원샷법'으로 알려진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통과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야당이 원샷법이 재벌총수 일가의 상속 등 대기업에만 유리한 법이 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 당정은 기존 발의된 법안에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일부 보완하기로 했다. 올해 말 일몰예정인 법안을 상시법으로 바꾸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개정안은 대법원과 법무부가 자율적 구조조정 관행 정착이라는 본래의 법 취지와 맞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 법안이 여야와 정부부처 간 이견이 클 경우 자칫 연내 통과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연내 처리를 위해 무리한 합의를 할 경우 개정안의 취지가 퇴색해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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