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가' 이자람 판소리, 佛 홀린다

현지 아티스트에게 전수...오늘부터 마스터클래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랑스의 중심에서 우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꾼이자 작창가,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는 이자람(36)이 12일~16일 파리의 인터내셔널 워크샵 센터 '아르따'에서 현지 아티스트들에게 판소리를 전수한다. '억척가'의 한 장면을 함께 연습하며 판소리의 리듬과 예술적 의미를 동시에 공유한다.아르따는 1989년 설립된 프랑스의 대표 문화기관이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연구하고 실험하며 프랑스는 물론 유럽 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아르따 감독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성사됐다. 에이전시 블루보이는 "이자람이 2013년 5월 참여한 '메리디스 몽크' 워크숍에서 준비 미흡을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지만, 지난해 리옹 공연을 찾아오는 등의 적극적 구애에 개최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자람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소리꾼이다. 중요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춘향가, 적벽가)의 이수자로 1999년 10월 최연소 춘향가 여덟 시간 완창으로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되며 유명세를 탔다. '사천가'와 '억척가'를 통해 해외 각국에 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과 '억척어멈과 자식들'을 각각 모티브로 하는 작품들로 국내는 물론 프랑스, 호주, 홍콩, 루마니아, 우루과이, 브라질 등에서 전석매진, 전원기립의 신화를 썼다. 오래된 예술양식의 박물관적 재현이나 단순한 서구 번역극에서 벗어나 동양과 서양, 현대와 전통, 연극과 서사, 실험과 고전의 충돌이자 만남을 보여준다고 평가받는다.그에게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또 다른 도약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자신의 원천기술을 정리해 희곡집, 영상과 음반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리꾼들이 대본을 쓰고 작창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을 낼 계획. 현대 배우들이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 노하우에 기대어 훈련하듯 새로운 시대의 지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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