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100년 만의 최악 가뭄이라는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선 오늘부터 제한급수가 실시된다. 전국 곳곳의 저수지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결실의 계절인 가을 들녘엔 수확의 기쁨 대신 농민들의 한숨이 가득하다. 당장 대책을 신속하게 세워서 대응하는 것은 물론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가뭄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올해 가뭄이 심각하다는 것은 몇 가지 수치를 봐도 금방 드러난다. 피해가 특히 심한 중부권의 대전ㆍ세종ㆍ충남 지역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누적 강수량이 536㎜로 평년의 46%에 그쳤다. 강원도 춘천은 9월 강수량이 4.8㎜로 평년의 3%에 불과, 이 지역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66년 이래 가장 적었다. 올해 강수량이 예년의 35% 수준인 인천 강화 지역 31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9.7%에 불과하다. 바짝 말라가는 농작물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그 이상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급수 사정이 좋지 않은 밭은 작물 수확량이 절반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내년에는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논이 속출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국민 생활과 산업활동에도 커다란 타격이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충남도가 이달 들어 가뭄극복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국무총리 산하에 '물 관리 협의회'를 신설하겠다고 지난달에 밝혔지만 이 같은 컨트롤타워를 보다 속히 구성할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기구가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가뭄 대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면서 예산 지원 등을 신속히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도 여야 없이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올해 가뭄은 엘니뇨 영향이 여느 해보다 크고 태풍이 없었던 것 등으로 인해 특히 심하지만 한반도는 최근 수년간 거의 매년 가뭄을 겪고 있다. 더 이상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의 가뭄 대책을 넘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1인당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6분의 1에 불과한 한반도의 천연 조건을 바꿀 수는 없다. 주어진 여건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보다 정확한 예측과 자연 지형에 맞는 세밀한 대책으로 이를 헤쳐 나가야 한다. 22조원 넘게 재정을 투입하고도 활용도가 극히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수자원 관리 및 활용 정책이 얼마나 거시적이면서도 정교하게 설계돼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사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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