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절반 이상 명절선물에 '상대적 박탈감'…명절선물에도 계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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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직장인 전모(30)씨는 최근 회사에서 명절 선물을 받고선 그만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과자 '마카롱' 한 상자였는데 직원들을 생각한 호의로만 보기 어려워서다. 사장의 자녀가 마카롱 과자 제조업을 하고 있는데 장사가 잘 안된다는 소문을 들었던 터였다. 명절이나 기념일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선물. 이번 추석을 앞두고도 물류회사 직원들이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선물이 오가고 있다. 현재(present)가 최고의 선물(present)이라는 말과 달리 오고가는 현물이 기대를 부풀게 한다.그런데 마음을 담아 주고받아야 할 선물의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드라마 속 '장그래'처럼 회사에서 정규직ㆍ비정규직에 따라 주는 선물의 '급'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어서다.25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2.8%가 '회사 명절선물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8.1%는 '명절선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이로인해 '애사심이 떨어졌다'고 응답한 비율도 79.9%에 달했다. 만약 회사에서 명절 선물을 주지 않는다면 '회사에서 준 것처럼 자비로 사서 집에 가져갈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0명 중 2명에 달하는 21.1%였다. 실제로 '회사에서 주지 않아서 사간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0%나 됐다. 한 중소 패션회사 인사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염모(31)씨는 "추석 선물 구입 업무를 담당해서 직접 직원들에 나눠줄 배 세트를 주문했는데 정작 비정규직인 내 몫은 없었다"면서 "추석선물로 뭐 받았는지 하는 이야기가 친구들 카톡방에서 나올 때 상실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가격과 상관없이 '마음의 표시'로 받아들여야 할 선물을 '가격'에 의해 판단하는 경우도 많아 선물을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도 한다. 인터넷에 유행하는 '추석선물 호응도'가 대표적이다. 결혼을 앞둔 최모(29)씨는 온라인에서 이 그림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친척 어른들에게 드리려고 준비 중이던 추석 선물에 '계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림에 따르면 최씨가 준비하려고 했던 스팸ㆍ참치세트에 대한 반응은 "어머~우리 나비(고양이) 간식이네?"다. 약간 더 비싼 한과에는 "과자나 먹고 떨어지란 말이냐?"는 말이, 선물을 하지 않는 대신 마음을 표현하는 문자에는 '너를 호적에서 삭제한다'는 말이 적혀 있다.최씨는 결국 추석선물세트로 명절 선물의 '진리'와 '레전드(전설)'라는 현금과 비싼 브랜드의 홍삼 선물세트를 마련했다.이런 탓에 명절 선물이 주는 사람에겐 '부담감'을, 받는 사람에겐 '우울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대해 양모(39)씨는 "선물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다보면 주거나 받는 사람 모두 부담을 가지게 된다"면서 "선물은 부담스럽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주고받는 사람끼리 안부를 묻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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