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16일(현지시간) 진행된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2차 TV토론회는 예상됐던 대로 도널드 트럼프와 다른 참가자들 10명간의 설전 양상으로 흘렀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기념도서관에서 CNN 방송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3시간 가까이 이어져 현지시간으로 밤 11시가 돼서야 끝났다. 이번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트럼프와 그 밖의 후보들'이라는 공식을 깨고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 날카로운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들은 이민개혁과 동성결혼, 시리아 난민해법 등 국내외 정책현안들을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특히 그동안 존재감이 적었던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CEO)의 활약이 돋보였고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지난 토론회에 비해 공격적인 발언들을 많이 했다. 반면 최근 트럼프의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토론회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란 예상이 많았던 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 후보는 직접적인 대립을 피한 채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며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토론회 직후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트윗을 기록한 장면은 트럼프와 피오리나 간 2차 외모 설전이었다. 피오리나는 트럼프가 자신의 외모를 폄하한데 대해 "이 나라의 여성들이 트럼프가 한 이야기를 분명히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청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이번에는 "피오리나 후보가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고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바꿨다. 피오리나의 HP CEO 경력에 대해 트럼프가 "사상 최악의 CEO라고 평가한 보고서가 있다"면서 "특히 컴팩을 매입한 것은 재앙이었다"라고 언급하자 피오리나는 트럼프의 카지노 사업에 대해 "엄청난 빚더미에 올랐고 4번이나 파산을 신청했다"면서 "왜 우리가 당신을 믿어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트럼프의 설전도 돋보였다. 트럼프가 2003년 치른 이라크전을 언급하면서 "이 자리에 있는 후보들 중 이라크와 전쟁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 것은 내가 유일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는 친형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그는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줬다"라고 반박했고 이어 트럼프는 "부시 당신은 지금이 안전하다고 느끼는가?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받아 쳤다. 이민 정책 역시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트럼프는 부시에게 부인이 멕시코 태생이어서 이민 정책에 너무 유화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발끈한 부시는 트럼프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트럼프는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버텼다. 트럼프는 부시가 유세중 스페인어를 쓴 것을 언급하면서 "여기는 영어를 쓰는 나라이지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부시는 "유세 중에 한 고등학교 학생이 스페인어로 질문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는 랜드 폴 상원의원에 대한 공격도 했다. 그는 "당신은 지지율이 너무 낮아 이 무대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비난했고 폴 후보는 트럼프의 외모 지상주의를 나무랐다. 토론회 말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시청자들의 질문을 소개하고 응답하는 시간이었다. 부시 후보는 "40년쯤 전에는 나도 마리화나를 피웠고 어머니는 이것을 싫어했다"라고 언급했다.마리화나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폴 후보는 "이것은 부유층 자제들이에 대한 이중 잣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하면서 "부시와 같은 돈 있는 집 자녀들은 감옥에 가지 않지만 가난한 자녀들은 항상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 발언시간을 후보별로 나눠보면 트럼프가 가장 말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발언 시간은 19분으로 1위였고 이어서 부시(16분), 피오리나(13분) 순이었다. 꼴찌는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로 8분에 그쳤다. 트럼프는 토론회를 마치는 마지막 발언으로 "우리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을 전보다 더 좋은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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