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난치병, 심장수술, 척추측만증 등 모든 고난 이겨낸 '인간승리의 주역들'
제이슨 데이가 6월 S오픈 당시 둘째날 9번홀에서 현기증을 호소하며 페어웨이에 누워 있는 장면.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스포츠의 또 다른 묘미는 인간승리에 있다.대중은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제이슨 데이(호주)에게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이유다. 12살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너무 가난해 쓰레기 더미에서 골프채를 주워 연습했다. 난치병까지 앓고 있다. 코 안쪽으로 이어지는 두개골 속의 구멍이 세균에 감염돼 심한 현기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데이는 그러나 긴 고통을 견뎌냈다. 6월 US오픈에서는 라운드 도중 쓰러지기도 했지만 8월 PGA챔피언십에서 기어코 생애 첫 메이저 챔프에 등극했고, 이 기세를 몰아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1차전' 더바클레이스에서는 시즌 4승째이자 통산 6승째를 수확했다. 8일(한국시간) 끝난 2차전 도이체방크챔피언십에서는 공동 12위에 머물렀지만 여전히 페덱스컵 랭킹 1위에서 '1000만 달러의 잭팟'을 꿈꾸고 있다. 에릭 컴튼(미국)은 두 차례나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9살 때 이상이 발견돼 12살인 1992년 첫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위해 골프를 시작했다가 아예 프로가 됐다. 2008년 두번째 수술을 받았지만 오뚜기 처럼 다시 일어섰다. PGA투어 136개 대회에 등판해 최고 성적은 지난해 US오픈 공동 2위다. 올 시즌은 아쉬움이 더했다. 지난달 29일 더바클레이스 첫날 호흡기 감염 증세가 심해져 기권했다. "10월에 시작하는 2015/16시즌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여자골프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역시 '투혼'의 상징이다. 11살 때 허리뼈가 휘는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았고, 고등학교 때까지 척추교정기를 끼다 철심을 박는 대수술을 했다. 주치의는 "골프를 포기하라"고 말렸지만 루이스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극심한 허리 통증을 참고 뼈를 깎는 재활 과정을 이겨내 2005년 다시 골프채를 잡았고,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해 꿈에 그리던 무대를 밟게 됐다.데뷔 이후 2년 간 우승이 없다가 2011년 4월 메이저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2012년에는 4승을 쓸어 담아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3승을 추가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라 한계를 뛰어 넘는다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현재 메이저 2승을 포함해 통산 11승을 수확하며 월드스타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폴 에이징어(미국)는 암을 극복했다. 1993년 라이더컵에서 미국의 우승을 이끈 뒤 임파선 암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는 동안 매 대회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좌절하지 않았고, 2000년 소니오픈 우승으로 '올해의 재기상'을 수상했다. 스콧 버플랭크(미국)는 9살 때 당뇨병에 걸려 인슐린 펌프를 달고 다니는 어려움 속에서도 PGA투어 5승을 일궈냈고, 더그 배론(미국)는 공황 발작이라는 정신장애를 넘어섰다.
스테이시 루이스의 철심을 박은 척추 X레이 사진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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