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아이]기업 흥망성쇠, '본사'를 보면 안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어린 시절부터 자라왔던 정든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집을 팔 정도로 집안사정이 열악하거나, 혹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옮기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오사카의 샤프 본사 사진.

◆위기에서 본사 매각하는 기업들 = 액정화면(LCD) TV로 유명한 일본 전자업체 샤프가 오사카시에 있는 본사 빌딩을 가구전문 대기업 니토리홀딩스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 매각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십억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샤프는 니토리에 건물을 매각한 후 임대해 사용하다 2017년께 본사를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니토리는 이 건물을 점포로 재개발할 계획이다. '백년기업' 샤프의 역사가 담긴 오사카 본사가 가구매장이 될 운명에 천한 셈이다.샤프의 창업자인 하야카와 도쿠지(早川德次)는 1912년 도쿄에 하야카와(早川)전기공업을 설립했다, 간토(關東)대지진으로 공장이 파괴되자 1923년 오사카로 본사를 옮겼다. 이후 오사카 본사는 약 90년간 샤프의 역사를 지켜봤다. 1990년대 전 세계 LCD TV시장을 주름잡았던 샤프는 지나치게 '독불장군'식 경영을 고집하다 앞으로 본사가 '더부살이'의 서러움을 겪게 됐다. 한국 기업에 TV시장의 주도권을 내주며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LCD TV 사업에서 적자가 이어지며 지난해에는 2223억엔(약 2조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5월 본사 매각과 대규모의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만큼 샤프의 상황은 절박하다.기술변화 속도가 빠른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샤프 외에도 본사 매각의 아픔을 맛본 기업들이 적지 않다. 샤프와 함께 1990년대 일본 전자업계를 대표했던 산요도 모바일로 옮겨가는 IT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2011년 파나소닉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난 2월에는 오사카 모리구치시에 위치한 옛 본사 건물도 매각했다. 한때 '대만 IT기업의 신화'로 불렸던 벤큐도 지난 2007년 타이베이시에 위치한 본사 사옥 두 채를 한 생명보험사에 50만대만달러에 넘겼다. 벤큐는 2005년말 독일 지멘스의 휴대폰 사업부문을 인수한 이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다 급기야 파산신청까지 냈다. 스마트폰 시대 이전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쥐락펴락 했던 핀란드의 노키아 본사 건물도 지난 2012년 부동산 투자회사에 매각됐다. 노키아는 수도 헬싱키에서 약 14㎞ 떨어진 소도시 에스푸로 본사를 옮겼다. 글로벌 금융기업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본사를 매각했다.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영국 런던의 금융중심지인 카나리 워프에 있는 HSBC은행 본사가 한국의 국민연금에 7억7250만파운드에 팔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 건물을 카타르투자청(QIA)에 매각, 막대한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재보험사인 로이즈보험의 런던 본사 건물은 지난 2013년 중국 보험사인 핑안(平安)보험에 인수됐다. 독일 자산운용사 코메르츠레알이 2005년 인수한 것을 다시 중국에 넘긴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정반대의 이유로 정든 본사를 떠나는 기업들도 있다. 성장속도가 빠른 기술 기업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이다. 사업 확장과 직원 수 증가에 따라 여러 차례 본사를 옮기는 기업들도 많다.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페이스북에 올린 신사옥 사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사옥의 모습을 공개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소도시 멘로파크에 들어설 신사옥은 면적이 4만㎡나 된다. 축구장 7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2800명의 직원이 일하는 사무실은 칸막이 하나 없이 연결된 개방형 공간이다. 저커버그 CEO가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창업했음을 감안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애플은 오는 2016년을 목표로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1만2000명 수용이 가능한 사옥을 건립 중이다. 새 사옥은 유리 고리를 4층으로 쌓은 우주선 모양이다. 건축 비용만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에 달한다. 애플 신사옥 부지는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1호인 휼렛패커드(HP)의 옛 본사 부지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도 사옥 건설을 준비 중이다. 부지는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서 가까운 미션베이이다. 우버는 이 부지를 사들이는 데 1억2500만달러를 썼다. 신사옥 규모는 3만9000㎡에 달할 전망이다.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 업체는 5년만에 5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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