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는 '래미안' 성동은 'e편한세상'…브랜드 심기 전쟁

같은 지역에 물량 많을수록 재건축 수주전 유리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 조감도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는 어디일까. 부동산114에 따르면 단독사업장 기준으로 1위는 삼성물산이다. 1995년부터 올해 8월까지 20여년간 서울 시내 127곳에 무려 9만2699가구를 공급했다. 하지만 지역별로는 편차가 있다. 삼성물산이 성북구에 공급한 아파트는 1만4248가구나 되지만 서대문구나 종로구 등 공급량 하위 9개구는 다 합쳐도 1만2448가구에 그친다.분양시장 호조 속에 건설사들이 서울의 주요 지역을 거점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존에 공급해 온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을 지속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연계 개발 등을 통해 단지 및 지역가치를 높이는 방법까지 활용하고 있다.한 건설사가 공급을 집중하는 지역들은 동일 브랜드 단지들이 들어서면서 하나의 브랜드 타운으로 인식된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래미안(5개 단지 3766가구), 광진구 광장동의 현대(8개 단지 4372가구), 구로구 신도림동의 e편한세상(7개 단지 4224가구) 등은 기존 서울의 대표적인 브랜드 타운이다. 적게는 1000여가구에서 많게는 5000여가구가 밀집해 있어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서울은 유독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많아 이 같은 전략이 더욱 유효하다. 같은 지역에서 많은 물량을 공급할수록 향후 수주전에서도 한층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어 건설사마다 자사의 '텃밭'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강서 힐스테이트 전경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2월 '서초 삼호1차' 아파트 재건축을 수주한 뒤 곧이어 5월에는 도로 건너편의 '반포 삼호가든4차' 아파트 수주에 성공했던 바 있다.올 가을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삼성물산은 서울의 대표 텃밭지역 중 하나인 서초구에서 신흥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여년간 서초구에서만 무려 16개 단지 7839가구를 분양했다. 특히 서초동에서는 지난해 우성3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를 분양한 데 이어 이번 달 우성2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 593가구를 선보인다.기존에 시공권을 따낸 우성1차 아파트와 인근 무지개, 신동아 아파트까지 수주하면 이곳은 약 5000여가구의 래미안 타운으로 조성된다. 삼성물산은 이곳의 수주가 완료되면 단지들을 가로지르는 서운로를 중심으로 통합적인 조경 계획을 수립해 걷고 싶은 '래미안 스트리트'로 조성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성동구에서는 대림산업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20년간 성동구에서만 4개 단지 5122가구를 공급했다. 올해는 금호·옥수동에서 추가로 분양에 나서 지난달 옥수13구역에서 1976가구의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를 분양했고 이달에는 금호15구역에서 1330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 신금호'를 분양한다. 2개 단지 총 3306가구가 비슷한 시기에 추가로 공급되면서 성동구에서만 9500여가구에 이르는 대림산업의 브랜드 타운을 완성하게 됐다.강서구에서는 현대건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강서구에 총 7개 단지 6063가구를 공급했다. 특히 2011년 화곡동 화곡3주구를 재건축한 2603가구 규모의 대단지 '강서 힐스테이트'를 분양하면서 브랜드 타운으로 발돋움했다. 현대건설은 은평구에서도 최근 10년간 6개 단지 6083가구를 공급하면서 빠르게 브랜드 타운으로 완성시키고 있다. 강남구는 현대산업개발의 텃밭이다. 최근 20년간 13개 단지 3509가구를 공급했다. 올해는 오는 11월 삼성동에서 상아3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상아3차 아이파크(가칭)'를 분양할 예정이다. 416가구로 공급되는 이 단지가 분양을 마치면 강남구에서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한 아파트는 총 1만2000여가구에 이른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강남 재건축의 대어로 꼽히는 '반포 주공 1단지'와 '신반포 15차' 등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건설사들의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며 "일단 새로운 브랜드 타운이 조성되면 집적효과를 통해 수요가 꾸준하고 시세도 높게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