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결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의 법안 비용추계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인력 증원 등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비용추계를 지체시킨 장본인은 예정처가 아니라 운영위였다는 점에서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영위는 지난해 결산심사를 통해 예정처의 비용ㆍ세수 추계에 대한 문제점으로 적시성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이미 국감 등을 통해 비용추계를 서둘러 제출할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실제 비용추계는 2012년 25일, 2013년에는 22일, 2014년에는 24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운영위원들은 예정처가 보다 빨리 비용추계업무에 처리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법안 마련 과정에서 재정이 얼마나 수반되는지 파악하는 비용추계 작업은 요즘처럼 재정건전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필요한 입법활동 절차다. 이 때문에 국회법도 개정되어 올해 3월19일부터 모든 재정수반 법안에 대해 발의 시 비용추계서 첨부가 의무화됐다. 아울러 추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비용추계서를 작성하는 곳도 예정처로 단일화됐다. 자연히 원활한 입법활동을 위해서는 예정처의 발 빠른 비용추계 노력은 절실해진 상황이다.그러나 예정처가 비용추계를 제때 못내는 이유 예정처가 아닌 운영위에 있다. 이미 예정처는 2013년 4월에 운영위에 비용추계 업무를 맡을 인력 16명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운영위가 처리를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재정 수반 법률의 65%는 의원실이, 35%는 예정처가 담당했지만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비용추계 업무를 예정처가 일원화되면서 비용추계 업무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예정처는 인력증원을 요청다. 이같은 인력증원을 승인하는 곳이 바로 운영위다. 하지만 운영위는 '후반기 국회로 넘기자',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원내 지도부 교체로 운영위 현안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는 식으로 직제개편안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 결과 실제 개편안은 예정처의 비용추계 업무를 담당할 인력 증원 요구안이 제출된 지 2년4개월이 지나서야 운영위를 통과했다. 국회법이 시행된 지도 넉달이 지난 뒤였다. 한편에서는 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정작 인력을 늘려주지 않다가, 결산에서는 다시 비용추계서 제출이 늦다고 지적한 것이다. 더욱이 인력증원 문제는 일단 예정처 직제개편안이 통과되어 인력이 늘어난 상태에서 다시 결산안을 통해 인력 조정 충원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문한 것도 아이러니한 대목이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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