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가까운 저물가 중앙은행 직면한 가장 큰 도전…최적의 운용체제 아니라는 주장 제기된다고 언급
이주열 한은 총재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저물가가 장기화되는 것과 관련해 물가안정목표제(인플레이션 타게팅ㆍInflation targeting)가 최적의 운영체제가 아닐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인플레이션 타게팅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한은 조사통계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저물가는 중앙은행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로 등 선진국에서 0%에 가까운 저인플레이션 국면이 이어지고 있고 한국 등 다수 신흥국에서도 전례없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같은 저인플레션이 수요 공급 경기적 요인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타게팅이 경기부진과 디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데는 최선의 운영체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러한 체제가 최선인지를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3년 단위 물가관리 범위(현행 연 2.5~3.5%)를 제시하는 물가안정목표제는 1998년부터 도입돼 한은의 핵심 운용체제다. 하지만 저물가 기조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라는 정책적 의미가 떨어지는데다 금융안정 효과도 저하되면서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한은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이 총재는 인구고령화, 경제불균형 심화, 총요소생산성 둔화 등 구조적 문제에 관해 중앙은행의 대응책도 강조했다. 인구고령화는 노동공급을 줄이고 소비성향을 떨어트려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는 만큼 통화정책 수행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구조개혁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 총재는 "완화적 통화정책은 수요증대 효과 없이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 노동 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이 중요하다"고 밝혔다.이 총재는 저물가로 인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완화 기조를 선택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부작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간 주요국 중앙은행은 저인플레이션 상황에 대응해 금융완화 기조를 장기간 지속해왔다"면서 "이로 인해 경제 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금융불균형'의 가능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투자 등 실물경제에서 위험추구 경향은 낮은 반면 금융부문의 위험추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정책금리 수준이 낮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됐는데 이에 따른 금융 시스템 리스크 뿐만 아니라 소비여력 약화 등 거시경제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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