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 사내유보금 둘러싼 오해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 전에 불거졌다.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으면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2008년에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유보율 급증, 정말 문제인가'라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유보율은 납입자본금 대비 사내유보금의 비율을 뜻한다. 이익을 배당이나 상여의 형태로 사외로 유출하지 않고 사내에 남기면 이익잉여금으로 축적된다. 이익잉여금에 자본잉여금을 더한 금액을 통상 사내유보금이라고 부른다. 사내유보금의 증감은 투자가 얼마나 이뤄지는지 가늠할 지표가 되지 못한다. 이를 다음 사례로 살펴보자. A회사의 현금이 100억원, 실물자산이 200억원인데 이 금액은 부채 50억원, 납입자본금 100억원, 사내유보금 150억원으로 조달됐다고 하자. A사가 현금 50억원을 실물자산에 투자하면 현금 50억원, 실물자산은 250억원이 된다. 사내유보금에는 변동이 없다. B회사는 현금 100억원 실물자산이 200억원이고 이 금액은 부채 50억원, 납입자본금 100억원, 사내유보금 150억원으로 조달됐다고 하자. B사가 전기에 순이익 50억원을 거둬 이 순이익을 그대로 현금으로 보유하면 현금이 150억원이 되고 실물자산은 200억원으로 그대로다. 사내유보금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증가한다. B사가 그 대신 순이익 50억원으로 설비를 확충했다고 하자. 현금은 100억원으로 그대로인데 실물자산은 250억원으로 는다. 그러나 자본조달 측면에서 부채와 납입자본금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사내유보금은 200억원으로 증가한다. B사의 두 경우는 순이익을 현금으로 보유하든 설비에 투자하든 사내유보금이 증가함을 보여준다. 사내유보금이 늘어났다고 해서 이로 미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내유보금은 현금만으로 구성된 게 아니다. 그중 일부는 생산설비ㆍ공장ㆍ토지 등 자산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으로 잡힌 금액 중 일부만 투자 재원으로 동원 가능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사내유보금 중 실물자산 비율은 80% 이상이다. 나머지 20% 중 대부분을 설비투자에 돌리는 일은 위험하다. 기업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유동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에 비춰 볼 때 최근 "대기업 사내유보금 710조원의 10%만 투자로 전환된다면 71조원의 재정투입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기대는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다. 은 의원의 방안은 '모든 복잡한 문제에는 명쾌하고 간단하며 틀린 답이 존재한다'는 경구를 떠올리게 한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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