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의해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일본에 이어 한국 경영에서도 완전히 손을 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한일 롯데그룹의 창업주이자 '94세의 현역'은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롯데홀딩스는 전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사퇴시키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최근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7일 아버지를 앞세워 일본 경영권을 되찾으려 한 데 대해 신동빈 회장이 '제압' 차원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본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신동빈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롯데 부회장 등 자신을 제외한 이사 6명의 해임을 시도한 바 있다. 신 총괄회장은 그간 양국 롯데 내에서 무소불위의 존재였다. 1922년생인 그는 94세인 현재까지 전 계열사의 업무보고를 받을 만큼 경영에 대한 집념이 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동주, 동빈 두 아들 중 한쪽에 쏠리지 않게 비슷한 지분을 주면서 지금껏 후계자를 결정하지 않은 것도 롯데의 미래를 책임질 경영능력을 끝까지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경남 울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난 신 총괄회장은 1941년 만 19세의 나이에 사촌형이 마련해준 여비를 갖고 일본에 건너갔다. 우유와 신문배달부로 일하던 그는 1946년 도쿄에 '히카리특수화학연구소'라는 공장을 짓고 비누 크림 등을 만들어 팔아 사업자금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1948년 제과회사 롯데를 설립했다. 그의 나이 만 26세 때다. 미군이 주둔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껌 사업으로 성공을 거뒀고 이후 초콜릿과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갔다. 1965년 한일수교로 한국 투자가 가능해지자, 1967년 국내에 롯데제과를 설립했고 이어 호텔, 유통 등으로 사업군을 확장해 현재 그룹형태의 틀을 잡았다. 특히 그는 국내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얻은 수익을 해외로 과실송금 하지 않고 재투자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1997년 말,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 받게되자 2000만달러의 개인재산을 출자하고, 5억달러의 외자를 도입했다. 70년 가까이 맨손으로 회사를 키워온 신 총괄회장은 이번 사태로 경영권을 둘러싼 '아들 형제의 난'에 휩쓸려 오히려 본인의 퇴진을 앞당기게 됐다. 앞서 차남과 장남의 편에 각각 서서 지원사격을 한 탓에 후계구도에 대한 정확한 그의 의중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다. 그러나 여전히 경영권 승계의 열쇠는 신 총괄회장이 쥐고있다. 장남과 차남의 회사 지분 보유량에 큰 차이가 없고, 신 총괄회장이 지분 규모 및 구조적으로 여전히 최상위에 있기 때문이다. 동주ㆍ동빈 형제와 이복남매간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도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따르며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구조나 명분 상으로도 롯데의 후계구도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신 총괄회장의 행보를 볼 때 그의 뜻이 명확치 않고, 판단이나 의사표현 능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가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다고는 해도,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 할 때 두 형제의 경영권 문제는 간단히 정리되기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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