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국회 부의장인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을 핵심으로하는 상법개정안을 이번주 중 발의한다. 경영권 강화를 위한 상법개정안이 발의되는 것은 7년만에 처음이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개입 우려가 기폭제가 됐다.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 등 특정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회사 신주(新株)를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하는 제도다. 차등의결권 역시 경영권 방어를 위해 '1주(株) 1의결권' 원칙 예외를 인정해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일컫는다.한국경제의 주요 주춧돌 역할을 하는 삼성그룹에 외국계헤지펀드가 '감 놔라 배 놔라'를 했으니 기업들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상법개정안에 국민여론이 일정부분 우호적으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제도는 국민정서법으로 도입여부가 결정될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경영권 방어 뒤에 숨은 '소액주주 권리 침해'라는 함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이한구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지만 이후 반재벌 정서가 강해지며 여야가 논의조차 잇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이한구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높이기 위해 경영권 방어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재벌들을 옥죄기 위해 각종 경영권 보호 장치를 없앴다"면서 "이제는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재계에서는 기업 경영권이 보장되면 고용 역시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외국 투기자본에 의해 적대적 M&A가 된다면 장기 투자 보다는 눈앞의 이익이 우선해 인력 해고에 적극 나설 것이고, 이는 고용 악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상법개정안을 발의하는 정갑윤 의원도 "회사가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등 생산적인 투자를 해야하는데, 적대적 M&A 방어를 위해 자사주 취득에 사용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분명 낭비"라고 밝혔다.그러나 소액주주들의 권익이 상당부분 침해될 소지가 커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차등의결권으로 지배주주의 주당 의결권이 강화되면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굳이 들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주주총회의 의미가 없어지거나 최소한 작아질 수 밖에 없다. 한 예로 미국 포드자동차의 경우 창업주인 포드 집안이 소유한 지분은 7%지만 차등의결권에 따라 40%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스웨덴의 발렌베리 집안은 발렌베리그룹의 지주회사인 인베스트사의 보유 지분이 19%에 그치지만 41%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파고들 여지가 없는 셈이다.포이즌 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적대적 M&A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기업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보호해 정상적 M&A까지 가로막음으로써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경영의 비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M&A 가능성이 낮으니 기업 오너나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외국인 투자 위축과 주가하락을 불러올 수 있는 점도 단점이다. 더불어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은 국익을 위한 적대적 M&A 방어에만 적용되지 않고 전반적인 경영 의사 결정 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다. 현재 야당은 '1주 1의결권'의 상법 규정을 변질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 향후 상법개정 논의과정은 험난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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