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최대 고객이자 생산자돼 가격협상력 세져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중견 레미콘업체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품에 안게 되면서 건설자재 업계 '을'에서 '갑'으로 신분이 올라서게 됐다. 시멘트 업체 최대 고객이면서도 가격 결정에서 철저히 소외됐었지만, 4대 메이저 시멘트업체를 손에 쥐면서 건설사 등과 함께 동등한 자격에서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돼 업계 재편 '태풍의 눈'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초 계획보다 하루 앞당겨 동양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지분 55%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삼표-산업은행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삼표는 본입찰 제안서에 동양시멘트 인수를 위해 약 8200억원(주당 1만4000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다. 삼표 통 큰 베팅에는 동양시멘트 인수로 건설 원자재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면 충분히 '돈 값'을 할 것이라는 경영진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삼표 관계자는 "동양시멘트 인수로 콘크리트 연관 산업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파일, 슬래그시멘트, 드라이몰탈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며 "시너지 효과를 단기간 낼 수 있도록 준비도 해놨다"고 강조했다. 실제 삼표는 지난 4월 ㈜동양과 동양시멘트 재무최고책임자(CFO)를 겸임했던 이종석씨를 기업인수합병(M&A) 본부장 전무로 영입하고, 동양시멘트 슬래그 사업부문을 총괄했던 이정수씨를 계열사인 삼표기초소재 대표 자리에 앉혀 시멘트 분야의 재무통과 영업기획통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앞으로 삼표는 시멘트를 원료로 만드는 레미콘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원자재 조달과 가격 부문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콘업계는 그동안 시멘트 가격 협상에서 시멘트 업체들과 건설사들 사이에 끼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건설업체는 시멘트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레미콘 제품 가격 인상을 거부했고, 원재료를 독과점으로 제공하는 시멘트 업체들의 강력한 협상력에 밀려 인상된 제품을 납품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시멘트 업계는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등 7개사의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구조로 건설사 자재 담당자들도 가격 협상에서 애를 먹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레미콘 업체들이 시멘트 업체들을 대상으로 로비까지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연간 220만t 정도 시멘트를 사용하는 삼표가 동양시멘트에서 전량을 소화하게 될 경우 업계 판도 재편은 불가피하다. 현재 삼표는 현대시멘트, 라파즈한라,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등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모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10% 내외였던 동양시멘트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게 되면서 여타 업체들의 위상 변화도 자연스레 이뤄지게 됐다"며 "삼표가 인수대금을 건지기 위해 시멘트 가격 인상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에 위안을 삼아야할 판"이라고 말했다.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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