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방어용 8591억 사들여…일부선 단기처방 그칠수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SK하이닉스가 16년 만에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의 추가하락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일각에서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실적 우려'인 만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은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8591억원 규모의 자사주 2200만주(발행주식의 3%)를 이달 23일부터 오는 10월22일까지 3개월에 걸쳐 취득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는 실적 발표 하루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자금 조달 계획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금 보유액이 4조2000억 원 정도 된다"면서 "현금 여력이 있고 재무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1999년 현대전자 시절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산 것이 마지막이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570주는 자금을 들여 취득한 게 아니다. 지난해 실리콘화일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때 일부 주주들에게 실리콘화일 1주당 SK하이닉스 주식 0.2주를 교환해 줌에 따라 보유하게 됐다. 자사주 취득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은 반도체 업황 부진과 이에 따른 실적 우려, 중국 업체의 추격이 이어지면서 주가까지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SK하이닉스 주가(종가 기준)는 중국 업체가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3만7850원까지 떨어졌었다.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분기 실적도 기대 이하였다. Fn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는 1조453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 안팎의 감소세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보다 낮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에 1조37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당장 추가적인 주가하락은 막겠지만 장기적인 방어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속속 이탈하는 것이 주주친화적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실적, 후발주자 추격 등 향후 실적 우려 탓이 큰 데 오히려 시설 투자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나은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회사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하락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이천공장 투자를 늘리는 등 시설투자를 게을리 하지도 않는다"면서 "또 시설 투자 등을 통해 회사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식회사로서 주주가치 제고도 하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이 외국인 주주들에게는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관계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마이크론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은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불식시키는 데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51.66%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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