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임금피크제 /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된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청년 일자리 증가 효과를 둘러 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경영계 등에선 수십만의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임금피크제 도입의 주요 명분으로 삼고 있는 반면, 노동계ㆍ청년단체 등은 터무니없이 낙관적인 전망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특히 안 그래도 취업이 안 돼 고통받고 있는 청년 미취업자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7일 고용노동부ㆍ경총 등에 따르면, 정부와 경영계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주요 명분으로 청년 일자리 증가 효과를 꼽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통계치 작성 이후 사상 최악인 상황에서 고령자들이 미래를 위해서라도 양보해 청년 일자리를 늘려야 하지 않겠냐는 일종의 우회적 압박이다. 실제 경총은 지난 5월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후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임금피크제 도입시 4년간 18만2339개의 청년층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기업들이 신입사원 고용을 줄이고 있는 이유가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라 각 연령별 근로자들의 퇴직 연령이 연장되고 이로 인해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늘어나면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임금피크제로 인해 부담을 줄여주면 신입사원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게 이같은 주장의 근거다. 또 경총은 올해 신규인력 채용 규모가 전년대비 3.6% 감소했는데,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당수의 기업(26.9%)들이 정년연장ㆍ통상임금 등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를 신규 인력 채용 확대의 걸림돌이라고 답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전경련도 산하 한국경제연구소를 통해 2016~2020년 기간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경우 26조원의 인건비가 절감되며, 이는 29세 이하 정규직 근로자 31만 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규모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용부도 이같은 경영계 단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사업장 9000여곳을 조사해 사업장별 퇴직자수와 신규 채용자수를 비교한 결과, 임금피크제 미도입 사업장은 퇴직자수가, 도입 사업장은 신규채용자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 조사 결과 신규채용 중 30세 미만인 청년층 비율 역시 임금피크제 도입사업장(50.6%)이 미도입 사업장(43.9%) 보다 높게 나타났다. 즉, 임금피크제 도입사업장의 고용창출 여력이 미도입 사업장 보다 크며, 청년 채용 효과도 높았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창출을 위한 여러가지 조건의 하나이며, 도입될 경우 그만큼 노사 관계가 안정되고 기업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의미"라며 "청년고용에 대한 노사 양측의 노력과 의지가 전제될 경우 신규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ㆍ청년단체들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근거없는 낭설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고용부나 경영자 단체들이 내세우는 일자리 창출 주장은 모든 기업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절약되는 인건비를 청년층 신입직원 1인당 인건비로 나눠서 도출한 수치다. 즉 모든 기업이 임금 피크제로 아낀 돈을 모두 신규 채용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가정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대책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상 청년고용대책을 포기했음을 의미한다"며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과 공기업뿐인데, 단기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대기업에서는 고령자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청년 고용을 늘리지 않을 것이며 어차피 뽑아야 할 신입사원을 뽑고 지원금을 받는 사중손실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고용할 때는 경기 전망이나 업황을 감안해서 결정하지 인건비가 남아 돈다고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내지는 않는다며 '탁상 공론'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청년 노동단체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고생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거짓 수치를 제시하며 희망고문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노사 양측의 주장은 "기업들이 절약된 인건비를 얼마나 신입사원 고용에 쓸 것이냐"는 전망에 대한 엇갈린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