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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의한 것은 지난 5월26일이다. 합병 발표 당시에만 해도 큰 문제는 없어보였지만, 합병을 결의한 다음주,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시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분 보유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 엘리엇은 이미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한다고 삼성물산 측에 통보한 상태였다. 엘리엇이 등장한 후 53일간 양측은 법정 공방을 벌이는 등 숨가쁘게 달려왔다. 엘리엇의 초반 행보는 거침없었다. 삼성물산 측에 '기업이 주식 등 보유한 실물자산을 주주에게 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해달라'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고, 국민연금과 삼성SDI·삼성화재 등 삼성 계열사에게 합병 반대에 동참 요구해달라는 서한을 발송했다. 아예 주주총회 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도 단행했다.상황이 심각해졌다고 판단한 삼성물산이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주 5.76%(899만주)를 KCC에 매각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엘리엇은 이마저도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반박하고 나섰다. 또 엘리엇은 합병 반대 내용을 담은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27쪽자리 설명자료를 게재해 주주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엘리엇이 제안한 현물배당 등을 임시 주총의 안건으로 추가 확정하면서 전세는 엘리엇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합병 결의를 발표한 지 한달여가 된 지난달 30일, 제일모직이 긴급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해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판세는 바뀌기 시작했다. 물산의 상사부문과 건설부문이 어떻게 제일모직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자회사로 보유한 바이오로직스의 향후 전망 등을 CEO들이 직접 설득하고 나서자 주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법원과 국민연금의 판단도 주주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엘리엇이 제기한 '주총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과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항고심에서도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도 투자위원회에서 회의를 개최, 내부적으로 '찬성' 방향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 측에 힘을 실었다. 다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CEO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기관들과 소액주주를 일대일로 설득하는데 마지막까지 공을 들였다. 삼성물산 임직원들은 팀을 나눠 100주 이하의 소액주주들도 직접 만나며 '합병에 찬성해 달라'고 설득하며 발로 뛰었다.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를 끝까지 설득한 덕분에 7월17일 마침내 합병안의 승인을 얻어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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