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일본 카이진신사가 2012년 10월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진 '동조여래입상'. 동조여래입상은 통일신라 때 만든 '국보급 문화재'로서 일본으로의 반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2015년 7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문화재절도단이 훔쳤던 '동조여래입상'을 일본 카이진신사 측에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사진출처-대검찰청
일본 국가지정 중요문화재 반환 문제가 국내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통일신라 때 제작된 한국의 불상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감정결과를 보면 ‘동조여래입상’은 8세기 전반(통일신라시대) 때 작품이다. 높이는 좌대 포함해 38.2㎝이고, 무게는 4.1㎏이다. 일본으로 반출된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정상적인 교류에 의해 전해졌을 수도 있고 임진왜란 때 약탈됐을 가능성도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미묘한 부분이다. 일본에는 한국의 중요 문화재 수만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정상적이지 않은 경로(약탈 등)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국보급 문화재로 평가받으며 골동품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동조여래입상’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검찰은 동조여래입상을 일본 측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형사소송법 제484조(몰수물의 교부)를 보면 ‘몰수를 집행한 후 3월 이내에 몰수물에 대해 정당한 권리있는 자가 교부를 청구한 때에는 검사가 파괴 또는 폐기할 것이 아니면 이를 교부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일본 카이진신사는 동조여래입상의 ‘정당한 권리있는 자’로 봐야 할까. 애매한 부분이지만, 동조여래입상을 일본 측이 약탈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문화재 절도단이 카이진 신사에서 몰래 불상을 훔쳐 가지고 나왔다는 점은 수사결과와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항이다. 검찰은 충남 서산의 ‘부석사’가 소유권 소송을 제기한 관세음보살좌상의 반환 여부 판단은 미뤘지만, 동조여래입상은 반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교훈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으로 반출된 수많은 문화재를 돌려받으려면 명분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절도범이 훔쳐간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으면 한국의 처지만 곤혹스럽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조여래입상의 반환이 늦어지면서 일본이 한국의 문화재 반환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오히려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 검찰의 판단이 늦어진 것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검찰은 문화재청에서 일본 반출 경위 등을 감정하고 우리나라 사찰 또는 단체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어 일정 시간(약 6개월)을 두는 등 정당한 권리자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자 검찰은 동조여래입상을 돌려주기로 했다. 문화재청도 카이진신사 측에 동조여래입상 반환 결정 사실을 통지했다. 일본 문화재청 관계자는 17일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동조여래입상을 반환 받은 뒤 청사를 떠났다. 외교적으로 보다 정교한 대응을 통해 일본의 문화재 약탈 문제를 국제사회에 부각시켜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평우 '은평역사 한옥박물관장'은 일본에 돌려주지 말고 유네스코에 기탁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이 도난당한 문화재를 돌려달라는 똑같은 논리를 국제사회에 전하면서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때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했음을 알리자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동조여래입상을 일본에 돌려주더라도 일본의 문화재 약탈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면서 앞으로 한국의 빼앗긴 문화재 반환에 도움을 얻어야 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일본에 동조여래입상을 전달했고, 일본 측은 '당연한 결정'이라는 입장과 함께 국보급 문화재를 찾아갔다. 법적인 절차를 준수했다고는 하지만, 통일신라의 국보급 문화재를 일본에 돌려준 결과는 짙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일본이 빼앗아간 수많은 한국의 문화재를 언제 어떻게 되찾을지는 기약이 없지 않은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