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6월 무역흑자가 월간 실적으로는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5월20일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국내 소비 침체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날이 갈수록 불황형 흑자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회복 지연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고 쌓여만 가는 '달러곳간'도 정부로서는 큰 고민거리다.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6월 무역수지(잠정치)는 102억4000만달러로 월간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달까지 41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무역수지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50억달러대의 흑자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들어 국내 소비가 침체에 빠지면서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무역흑자 규모는 2월 76억7000만달러, 3월 83억8000만달러, 4월 84억9000만달러 등 매달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5월에는 63억달러 흑자로 주춤했지만 한 달만에 무역흑자는 100억달러를 훌쩍 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감소세는 상당폭 둔화됐지만 수입은 두자릿수 감소세가 지속됐다"며 "올들어 6월까지 무역흑자는 467억3500만달러에 달했다"고 말했다. 상반기 무역흑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흑자규모 199억달러에 비해 2.3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이처럼 무역흑자 폭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수출이 일부 회복세를 보였지만, 소비부진으로 수입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4월 462억달러에서 5월 424억달러로 급격히 떨어졌지만 6월에는 469억5000만달러로 어느 정도 회복됐다. 수출증감률도 4월 -8%에서 5월에는 -10.9%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지만 6월에는 -1.8%로 전년 수준에 근접할 만큼 회복했다.하지만 수입은 4월 377억달러, 5월 361억달러에 이어 6월에도 367억달러에 그쳤다. 이 기간 수입증감률은 전년동기대비 -17.8%, -15.3%, -13.6%로 두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6월에는 원자재수입이 크게 감소해 국내 생산과 소비부진이 그대로 반영됐다. 5월 전산업생산은 광공업(--1.3%), 서비스업(-0.4%) 등에서 생산이 줄어 전월대비 0.6% 감소했다. 상반기 조금씩 살아나던 내수가 5월 말 이후 메르스 사태로 세월호 참사 직후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데 따른 것이다.무역흑자의 과도한 증가는 우리 경제에는 득(得)보다는 실(失)로 작용하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원화 절상압력이다. 특히 엔·원 재정환율이 100엔당 900원을 밑돌면서 수출경쟁국인 일본 상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에 따라 수출부진을 가져오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외환수급의 불균형이 심해지자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을 꺼내 달러를 해외로 유출을 유도하고 나설 정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경상흑자는 9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외환수급 불균형을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기형적인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 수출이 반짝 회복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수출여건도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산업부는 "자동차·무선통신기기 등의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일부 품목에서는 수출여건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요 통화대비 원화절상, 중국의 수입둔화, 유럽 정세불안 등 대외적 위협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특히 하반기에 가전, 평판디스플레이, 철강제품, 석유제품·석유화학, 섬유류 등은 수출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컴퓨터, 일반기계는 호조를 보이겠지만 자동차, 자동차부품, 선박, 무선통신기기도 보합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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