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신종플루 때보다 더해요' 한숨쉬는 서울약령시

가짜 백수오 사태 유탄으로 시름…메르스 유행에 고객 '뚝' 치명상

▲25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약령시 골목.(사진=유제훈 기자 kalamal@)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한약재를 찾는 손님이 있냐고요? 보시는 대로 거리에 손님 자체가 뚝 끊긴 상황이에요.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신종플루(H1N1ㆍ신종 인플루엔자A) 때도 이렇진 않았어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갔으면서도 종식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나오며 내수경기는 곳곳에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얼마 전 '가짜 백수오 사태'로 난데없는 타격을 입었던 약령시는 메르스 탓에 설상가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서울약령시(藥令市). 제기동역(서울 1호선)을 나서자마자 진한 한약재의 냄새가 코를 자극해왔다. 서울약령시는 800여개 약재상 등이 밀집돼 전국 한약재 거래량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한약재의 '메카'다. 하지만 약령시 분위기는 한산하기만 했다. 한참 손님이 몰릴 오후시간대였지만 대부분의 가게는 고객이 없어 '개점휴업'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시장 어귀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30년째 이 시장에서 장사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가짜 백수오 사태 때문에 우리 가게는 백수오를 팔지 않았는데도 피해가 컸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까지 유행하면서 그나마 오던 손님도 발길이 끊어졌다"고 토로했다.앞서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츄럴엔도텍 등 일부 건강식품 업체의 백수오 원료에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이엽우피소(異葉牛皮消)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한약이 건강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약령시에 치명타를 입힌 바 있다. 서울약령시협회에 따르면 가짜 백수오 사태 이후 소매기준 매출액은 평시 대비 30% 수준까지 떨어졌다. 약령시가 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메르스로 인해 주 고객층인 중ㆍ장년층이 거리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재 메르스 사망자 중 60세 이상 고령층의 비율은 81%로 타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높다.건강식품상 정모(46ㆍ여)씨는 "사스나 신종플루 때는 역시 장사가 잘 되진 않았어도 면역력 강화를 위해 한약재를 찾는 손님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엔 중ㆍ장년층에게 더 위험하다고 하고, 치명률도 16%에 이른다고 하니 손님들이 시장을 아예 찾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메르스의 '병원 내 감염'이 약령시 침체를 부추긴다는 말도 나왔다. 약재도매상점에서 근무하는 박모(45)씨는 "메르스에 걸릴까봐 시민들이 한의원 등 병원을 기피하면서 약재 수요가 감소하고, 약재도매상까지 타격을 입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처럼 한약재 시장이 초토화 된 가운데서도 '홍삼'은 여전히 인기를 끄는 모습이었다. 실제 유통업계에서는 메르스 유행 이후 홍삼 및 건강식품관련 매출이 30~40% 신장됐다고 밝히고 있다. 한 상인은 "면역력의 대명사가 홍삼이다보니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홍삼을 주문해 먹는다"며 "한약재와 달리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홍삼 도매상들만 바쁘다"고 말했다.강경태 서울약령시상인회 사무국장은 "백수오에 메르스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한약재가 근본적인 메르스 치료제가 될 수는 없지만 면역력을 강화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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