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김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타이스의 명상곡'은 오페라 '타이스'의 간주곡이다.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가 1894년에 발표했다. 수도승 아타나엘은 퇴폐와 향락에 젖은 여인 타이스를 구하려고 스스로 노예가 된다. 감동을 받은 그녀는 음탕한 생활을 버리고 신앙의 길에 들어설지 고민한다. '타이스의 명상곡'은 이 심리적 갈등을 서정적 선율로 표현한다.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음색과 차분한 전개로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 프로그램에서 이 곡에 맞춰 연기한 김연아(25)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릴 뻔 했다"고 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악장인 재미교포 데이비드 김(52)은 25일 금호아트홀에서 가진 리사이틀에서 '타이스의 명상곡'을 선보였다. 그동안 많이 연주한 곡. 하지만 이날 선율은 다소 부드러웠다. 흔들리지 않는 음색과 정확한 음조를 지키면서도 느슨한 매력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그는 "연주가 훈련된 것처럼 들리면 청중에게 외면당하기 쉽다. 자의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했다.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도 연습한대로 백핸드를 하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하더라. 본능에 기대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데이비드 김은 '타이스의 명상곡'과 닮았다. 성격이 부드럽고 차분하다. 115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명문 교향악단의 악장을 16년 동안 맡으면서 따뜻한 현악의 전통을 이어온 비결이다. 이전까지 자리는 유대계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몫이었다. 단단한 벽을 무너뜨린 건 오로지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연주 기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줄리아드음악원 석사 출신으로 1986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 뒤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에서 활동하며 솔리스트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악장은 연주 기량도 중요하지만 리더십을 요한다. 현의 보윙(활 쓰는 방법) 등 기술적인 면을 결정하고, 지휘자와 의견를 나눌 때 악단원을 대표한다. 그는 "지휘자와 단원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해야 하다 보니 늘 마음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일부 단원들의 텃세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다 시행착오도 했다. 데이비드 김은 아내 제인 강의 도움으로 원만한 성격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당신답게 믿고 양보해보지 그래'라는 말에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명쾌한 해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가 아내의 조언을 단원들에게 전한다. 데이비드 김은 "악기를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관계를 얼마나 잘 형성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양보와 사과, 용서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했다.친절함은 그를 존경받는 교육자로 인도했다. 틈나는 대로 필라델피아의 초등학교들을 방문해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그 방법은 조금 독특하다.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는다. 강당에서 연주하는 법도 없다. 작은 방에 아이들을 옹기종기 모아놓고 어려운 곡을 선보인다. 클래식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타이스를 세속의 미련에서 벗어나게 만든 아타나엘의 진심을 담아 다가간다. 데이비드 김은 "연주 뒤 대화할 때도 항상 눈을 맞춘다. 가벼운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한다"며 "그들을 어른처럼 대하고 나 역시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교감을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그들로부터 긍정의 기운을 얻는다. 이것이 내 음악의 힘"이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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