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SK 합병 반대 결정한 국민연금, 삼성 합병에는 어떤 선택할까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합병비율 산정 과정이 적법해도 경제적, 장기적으로 연금 수급권자인 국민이 피해를 입는지 봐야 한다." 김성민 국민연금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장(한양대 교수)이 지난 24일 SK C&C와 SK 합병에 대해 반대하기로 하면서 한 말이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근거로 일각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도 국민연금이 반대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SK C&C-SK 합병의 성격과 논란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유사하다는 측면에서다. 양사 합병 모두 그룹 정점에 있는 지주사 재편의 성격을 띠고 있고 합병비율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장기적'이라는 부분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 이익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이 합병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거듭 강조하는 것도 장기적인 주주이익 제고다. 주력사업인 건설이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직면하면서 양사 합병을 통해 건설 뿐 아니라 식음, 레저, 바이오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성장 동력을 확보해 미래성장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연금이 이번 SK C&C-SK 합병에 반대한 '진의'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국민연금이 철저하게 수익률 측면에서 합병의 당위성을 검토하고 반대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있다. 과거에는 단순 재무적 투자 성격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냄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연금 수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취지로 해석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으며 사실상 '명분쌓기'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SK 지분은 7.19%로 최대주주인 SK C&C(31.82%)의 4분의1 수준이다. 양사 합병의 성사 여부를 좌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일모직-삼성물산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며 세 규합에 나섰지만 삼성그룹의 우호 지분은 19.95%에 불과하다. 합병 통과를 위해 확보해야 할 최소한의 지분인 47%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하면 합병을 무산되고, 메가톤급 후폭풍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 삼성, SK 합병에 모두 찬성표를 던질 경우 비판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SK 합병 건은 국민연금이 반대한다고 무산될 것이 아니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은 훨씬 더 민감하다"며 "국민연금이 반대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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