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ㆍ이혼 통계'는 몇 가지 여운을 준다. 작년 한 해 결혼 건수는 총 30만5500건이다. 전년보다 1만7300건(5.4%)이 줄어든 수치로, 2004년 30만8600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도 1년 전보다 0.4건 줄어든 6건으로,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최저치다. 결혼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신랑ㆍ신부의 나이도 많아지는 추세다. 초혼 연령이 남자는 평균 32.4세, 여자는 29.8세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9세, 여자는 2.3세가 더 늦어졌다. 통계청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청년 취업난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 층이 늘고, 결혼 적령기 인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굳이 조사기관이 내놓은 분석까지 인용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되는 결과다. 경제적 압박으로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층을 가리키는 '삼포세대'라는 유행어가 국가 공식통계로도 확인되는 셈이다. 결혼과 경제력의 상관관계를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낸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달 한국고용정보원이 개최한 '고용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07년 미혼이었던 7000여명의 청년을 추적조사 해보니 취업한 남성은 학생 또는 무직인 남성보다 결혼 확률이 3배 높았고 매달 300만원을 버는 남성이 100만원 버는 남성보다 결혼 확률이 3배 높았다고 한다. 결혼을 하려면 상당히 큰돈이 들고, 결혼비용에서 단연 비중이 큰 항목은 주택 마련 비용이다. 남부럽지 않은 출발을 위해 신혼의 단꿈을 꼭 전세아파트에서 꾸겠다고 결심한 순간, 억 단위 목돈 지출을 감행해야 한다. 은행 대출창구와 부동산 중개업소를 전전했으나 빈약한 밑천과 전세대란의 벽을 넘지 못한 예비 커플들에게는 월세가 대안이다. 그러나 보증금 액수도 적지 않고, 꼬박꼬박 집세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득원이 전제돼야 하므로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숙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한국의 낮은 출산율로 머지않아 노동가능 인구감소와 전체 인구감소 사태가 벌어지고 국가경제 위기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예측되는 지금,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을 유예하고 포기하는 청년층이 증가하는 현실이 방치돼서는 안 된다. 정부도 이 상황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간 제시한 대책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선 공약으로 첫선을 보인 뒤 '행복주택'이라는 이름을 달아 내놓은 임대주택 정책이 그것이다. 도심의 철도부지와 유수지 등을 활용해 소형 임대주택을 지어 대학생,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는 것이 사업의 요지이나, 시범지구 7곳을 선정해 발표한 2013년 5월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 지역이 주민 반발과 사업성에 대한 의문으로 답보상태다. 청년 주거대책의 진척이 지지부진한 동안 혼인관련 통계는 점점 어두워져 간다. 이제는 '삼포'도 모자라 대인관계와 내 집 마련이 추가된 '오포', 여기에 꿈ㆍ희망이 포기 항목에 추가된 '칠포'라는 말까지 나왔다. 젊은 세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주거 대책이 절실하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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